웃음 많은 동수아제 앞 못 보는 엄니랑 단둘이 살았다
그 말의 절반은 흘림체였고 얼추 알아듣기도 쉬운 게 아니었지
아제의 노래는 랩이었던가
―으성자짜 안핑자짜 구니자짜 도리자짜
우리들은 담벼락에 오종종 붙어 서서 뜻도 모를 그 노래 따라 불렀다
―아제 어디 가시니껴?
―으성자짜
아지랑이 아물한 둑길로 의성 오일장 가는
늙은 母子
긴 막대기 나란히 의지 삼아
앞에는 아들 뒤에는 눈 먼 엄니
나무탯줄 부여잡고 가는 길
타박타박 들 지나고 산길 돌아서
‘으성자짜 안핑자짜 구니자짜 도리자짜’
한 장(場)도 빠짐없이 어훠이
―연간 『대구의 시』 (대구시인협회, 2017)
아지랑이 아물거리는 봄날에 반벙어리 아들과 눈먼 어미가 긴 막대기 부여잡고 장터를 떠돌아다니는 소읍 풍경이다. 아주 놀랍게도, 모자(母子)의 혈연관계가 ‘나무탯줄’로 상징적으로 드러나듯이, ‘긴 막대기’ 하나에 평생 인연의 끈으로 묶여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게 마음이 짠하다. 이는 영화 「서편제」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데, 소리꾼 아비가 소리의 한이 맺히도록 눈멀게 한 의붓딸이랑 ‘새끼줄’ 부여잡고 노을 속으로 걸어가는 모습에 버금가는 대목이다.
“‘으성자짜 안핑자짜 구니자짜 도리자짜’/ 한 장(場)도 빠짐없이 어훠이.” 바로 여기엔 랩이나 흘림체의 삶으로 점철된 장돌뱅이의 애환과 애이불비(哀而不悲)의 감정이 함께 배어난다. “불쌍쿠나 벙어리 총각 어훠이 어훠이야/ 장가 한번 못 가 보고 어훠이 어훠이야/ 억울해서 어이 갈꼬 어훠이 어훠이야.” 이렇게 마치 상여꾼들이 상여를 메고 가면서 부르는 상두가(喪頭歌)가 읍내 장터에 울려 퍼지는 듯하다.
장하빈 시인`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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