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인사이트] 상승세 타는 tvN

'꽃보다 할배'

'윤식당' 이후 한동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tvN이 최근 들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 '무법변호사'가 각각 지상파 미니시리즈를 압도하는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동시간대를 제압하고 있으며, 각종 예능 프로그램의 론칭을 알리며 2018년 하반기 채널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특히 나영석 PD의 인기 예능 브랜드 '꽃보다 할배'의 새로운 시즌 시작, 그리고 '도깨비'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의 신작 '미스터 선샤인' 등 막강한 라인업이 눈길을 끈다. 사실상 방송을 시작하기만 하면 안방극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미스터 선샤인'

#tvN, 장기간 부진 딛고 재도약

지난 해 부터 지금까지 tvN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굴곡 많은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초 방송을 마친 '도깨비'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뒤로 '매일 그대와' '시카고 타자기' 등 기대했던 작품들이 줄줄이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아르곤' 등도 평타 정도의 기록에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의학드라마 '명불허전'이 좋은 반응을 얻고 '비밀의 숲'과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성공하면서 다행히 원기 회복할 수 있었다. 물론, 한 방송사에서 1년에 두어 편 이상 인기 드라마를 내놓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tvN의 경우 2016년에 내놓은 드라마들이 워낙 뜨거운 반응을 불러온 터라 이후의 행보가 상대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미스터 선샤인'

지금은 상황이 또 바뀌었다.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 토일 드라마 '무법변호사'가 각각 7~8%대를 넘나드는 시청률과 높은 화제성을 보이며 방송계를 흔들고 있는 중이다. 같은 기간에 방송되는 드라마 두 편이 모두 히트작 반열에 오르면서 tvN 채널 자체에 대한 평가 역시 달라지고 있다.

'미스터 선샤인'

예능 쪽 역시 한동안 뚜렷한 히트작은 없었다. '삼시세끼'와 '윤식당' 등 나영석 PD의 브랜드 예능이 나올 때면 매번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지만 그 외에는 평균 2~3% 정도 수준에 그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종영한 '숲속의 작은 집'은 소지섭과 박신혜라는 톱스타 캐스팅, 그리고 스타PD 나영석을 내세웠는데도 4%대 정도의 시청률에 머물렀다. 예능적인 재미를 버리고 교양 쪽으로 치우치는 등 실험성이 지나치게 강해 대중적으로 어필하지는 못했다. 20%대에 육박했던 '윤식당'과 비교돼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으로 인식됐다.

'미스터 선샤인'

게다가 이 기간에 JTBC가 '힘쎈 여자 도봉순' '맨투맨' '품위 있는 그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 인기 드라마와 '비긴 어게인' '효리네 민박2' 등 화제의 예능을 내놓은 터라 시청률 면에서 기선제압당하기도 했다. 특히 보도기능이 있는 JTBC가 뉴스에서 지상파까지 제치고 있어 일간 단위 종일 시청률로 따졌을 때, tvN은 한동안 지상파와 비지상파 포함 평균 5위 또는 6위 정도에 머물러야 했다. '윤식당' 등 막강한 주말 콘텐트가 배치됐을 때는 프라임 타임(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일간 시청률 순위에서 우위를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다행히 최근 들어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주말에는 종일 시청률 순위 3위정도 수준까지 치고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꽃할배' 핵폭탄급 콘텐트 공세

그러나 6월 마지막 주말부터는 tvN에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지게 됐다. 방송계 전체를 뒤흔들 기대작 두 편을 차례로 내보내며 아마도 올 여름 가장 '핫'한 채널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위 '핵폭탄급' 영향력을 가진 기대작 중 첫 번째는 '꽃보다 할배 리턴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꽃보다 할배'는 나영석 PD가 KBS에서 tvN으로 넘어와 처음으로 선보인 예능 브랜드다. 원로 배우들의 배낭 여행기를 다룬 리얼 예능으로, 2013년 론칭 후 시즌을 바꿔가며 시리즈가 이어졌다.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등 여배우들 또는 젊은 스타들과 함께 외전을 만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처음 선보이던 당시에는 '발상의 전환'이란 말을 들으며 방송계 전체를 흔들어놨던 프로그램이다. 가장 트렌디한 소재와 대중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MC들을 주로 내세우는 예능 프로그램이, 무려 80~90세가 된 고령의 원로 배우들을 중심에 내세운다는 차원에서 기획이 공개됐던 당시부터 크게 화제가 됐다. 결과적으로 예능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할배들의 조합은 크게 성공을 거뒀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토대로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완성시키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나영석 PD의 연출력이 빛을 발했다. 이순재-신구-백일섭-박근형 등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원로배우들은 젊은 스타 못지않게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새로운 시즌에는 네 명의 원년멤버 외 새로운 얼굴로 김용건이 투입됐다. 여기에 역시 원조 '짐꾼'으로 함께 했던 배우 이서진이 동참해 대선배들이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고군분투할 예정이다. 나영석 PD의 전매특허라고 할 만한 브랜드 예능이 다시 시작됐으니 이 시간대 장악은 떼놓은 당상이다.

'미스터 선샤인'

2018년 여름 tvN을 뜨거운 채널로 만들어줄 또 다른 프로그램은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이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등 매번 내놓는 작품마다 메가톤급 히트를 기록한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다. '태양의 후예'에서 송중기를, '도깨비'로 공유를 특A급 스타로 부각시키는 등 매번 남자 배우를 최고로 만들어주는 김은숙 작가의 이번 선택은 이병헌이다. 여기에 연기력과 스타성을 고루 갖춘 김태리가 상대역으로 캐스팅됐다. 또 유연석과 변요한, 김민정 등 주연급 배우들이 동반 캐스팅돼 눈길을 끈다.

'상속자들' '온 에어' 등 주로 트렌디한 로맨틱코미디 장르에서 강세를 보였던 김은숙 작가지만, 이미 '시크릿 가든'으로 판타지에 도전하고 '태양의 후예'를 통해 스케일까지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도깨비'로 판타지와 로맨틱 코미디 뿐 아니라 사극 패턴까지 버무려 완성도를 높이는 기술을 익힌 상태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시대극을 표방한다. 1900년대 초반이 극의 주된 시대배경이다. 1871년 발생한 미국의 무력 침략사건 신미양요가 드라마의 소재로 쓰인다. 이 사건 당시 미군함에 올라 미국으로 간 소년이 성장해 조선으로 돌아오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소용돌이치듯 어수선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각자 사연을 가진 캐릭터를 배치하고 이들 간의 갈등과 사랑싸움을 그려낼 것으로 보인다. 매번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기록적인 수치의 시청률과 놀라운 화제성을 보였던 김은숙 작가의 작품인데다 2009년 '아이리스' 이후 9년 만에 선보이는 이병헌의 드라마란 사실만으로 이미 기대감이 커져있는 상태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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