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18 시니어문학상] 당선소감-김상연 '질경이'

김상연
김상연

저는 평생 사업을 하느라 문학에 대한 곁눈질도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일단 시작하면 대차대조표를 무시하고 저돌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그렇게 앞만 보고 정신없이 살아오다가, 어느 날 거울 속에서 다 늙어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동안 무엇을 위해 그토록 힘들게 살아왔는가 싶고, 나도 이제 좀 편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이상 망설일 것도 없이 그동안 애써 키워온 사업을 정리했습니다.

사업을 그만두면 날마다 즐겁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채 일 개월도 안 되어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유 없이 무엇엔가 쫓기는 사람처럼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몸은 쉬고 있어도 정신이 쉬지 못하니 진정한 휴식 되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왔던 커다란 기둥이 뽑혀나간 것처럼 삶의 의미와 목적까지 잃고 한동안 허탈감에 빠졌습니다. 지금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며, 앞으로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 생각 끝에 글을 쓰는 일이 새로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일이 될 수 있겠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때부터 수필과 시 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일을 하듯이 참으로 열심히 썼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문학상 공모 공고문을 봤습니다. 그 공고문을 보는 순간! 그동안 내가 써온 작품의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 평가받고 싶은 생각이 들어 응모했습니다. 그러나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뜻밖에 당선의 영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문학이 내 노년의 황량한 들판에 새로운 삶의 등불이 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뜻밖에 이렇게 큰 기쁨을 안겨주신 시니어 문학상 관계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여러 가지 힘든 감정에 시달리고 있는 노인들을 위해 제정한 문학상이기에 더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받은 이 상에 걸맞은 진정한 시인이 되도록 앞으로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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