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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전망] 겸허하고 책임감 있게

김지석 동부지역 본부장
김지석 동부지역 본부장

지난달 25일 매일신문 주최 지방선거 당선인 결의대회 참석자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밝았다. 치열한 선거 끝에 승리한 이들은 환하게 웃고 서로 축하하고 때로 득의만면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 모두 가문의 족보에 빛나는 족적을 남기게 됐으니 당선을 충분히 즐길 만하다.


한편으로 그들의 어깨 위에는 무거운 짐이 얹어졌다. 지역을 발전시키고 지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당선의 기쁨은 '어제 내린 눈'처럼 뒤로 돌리고 진지하게 지방 정치에 임할 자세를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제 역할을 다하기보다는 자그마한 권력에 취하겠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는 성년에 해당하는 20년을 훌쩍 넘어 민선 7기 시대를 맞게 된다. 그 시간만큼 빛과 그림자도 뚜렷하다. 지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행정을 펼치면서 주민복지 증진, 민원 서비스 친절도 향상 등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자치단체장이 경영가로 나서 기업을 유치하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업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도 한다.


반면에 별 성과도 없는 전시성 사업을 벌여 재정적 손실을 끼치거나 뇌물수수, 횡령, 배임 등의 범죄로 법정에 서는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적지 않다. 의회가 지방자치단체와 단체장을 제대로 견제하지 않기도 한다. 최근 포항시의회가 시정 질문에 대한 시장의 답변 의무를 '정책적인 질문'으로 한정하는 내용의 회의규칙을 통과시킨 것은 견제 의무를 내팽개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방자치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긍정적 이미지보다 부정적 이미지가 더 큰 느낌이다. 이는 일부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의식 수준과 자세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원들 중에는 공무원들을 함부로 대하고 때로 갑질하듯 오만한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평판이 좋지 않아 선거에 떨어지거나 운 좋게 당선되더라도 정치 생명이 길 수 없다. 이런 의원들일수록 성실하지도 않아 정책 질의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의정활동이 부진하다.


단체장과 지방의원, 그리고 그들의 이른바 '선거 공신' 중에 완장을 찬 듯 설치며 이권에 개입하려는 악행이 빚어지기도 한다. 아직도 은밀히 '돈 선거'를 치른 지역이 있다고 하는데 '선거 빚'을 메우려 본전 찾을 생각을 하다가는 언제든 철창행이 기다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때마침 대통령이 지방선거 이후 지방 권력에 대한 감찰과 감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적절한 지시라고 할 수 있다.


민선 7기를 기점으로 지방자치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도 거론되는 만큼 지방자치의 질이 더 세련되게 높아질 때가 됐다. 주민의 삶을 위한 행정 서비스와 정책이 더 강화되어야 하고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겸허한 자세로 책임과 의무에 더 열중하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며 비판받는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해외 연수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국회의원의 특권 폐지 여론이 높고 산하기관 지원에 의한 외유성 해외 출장 규제 움직임에 비춰 지방의원의 외유성 해외 연수도 없어져야 한다.


자유한국당 일색이던 지방의회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진출해 소통과 협치의 필요성도 커졌다. 정책 간 견해 차이에 따른 갈등과 당쟁은 이해할 수 있지만, 당리당략에 따라 소모적 갈등이 커진다면 지방자치의 본질과 의미를 훼손하게 될 것이다. 정책을 둘러싼 경쟁을 건전하게 펼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단체장에 대한 견제의 역할을 더 충실하게 해야 박수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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