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항구 공항{空港}은 인간의 '비행욕'이 집결되는 곳이다. 누군가는 여행을, 누군가는 업무를 보고자 공항을 찾는다. 환승객을 위한 경유지가 되기도, 사람 없이 화물만 실어다 먼 타지로 나르기도 한다. 공항은 그를 품은 도시와 주변 지역의 욕망을 아우르고자 당대 최고의 과학과 정책, 경제를 포괄한다.
대구국제공항도 마찬가지다. 지금껏 군사작전 요충지이자 지역민 관광을 책임지던 이곳은 날로 증가하는 관광객, 부도심의 도심화, 대구경북 산업 구조의 변화 등으로 인해 새로운 모습을 요구받는다. 그야말로 대구공항 관련 정책이 곧 대구경북의 현재와 장래 수십년 뒤를 책임지는 셈이다. 대구공항의 현재를 통해 미래를 전망하고, 다른 나라 공항들의 변화상을 통해 대구공항의 비전을 비춰 본다.

지역 공항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한때 부유층이나 기업인의 전유물이던 해외 비행이 온 국민의 보편적 활동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연간 대구공항 이용객 4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면서 대구공항의 기능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항수요 국제적 증가, '보통의' 국민도 얼마든 비행
최근 20년 새 유럽, 중국 등 국가들은 '보통의' 국민들이 항공 여행을 저렴하게 할 수 있도록 저비용항공사(LCC) 유치에 앞장서는 등 국민 보편을 위한 공항 정책을 펼치는 추세다. 한국 바로 옆의 중국이 이 같은 정책으로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는 만큼 국내 공항들도 LCC 노선 유치 등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세계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항공교통도 동반성장 추세를 보인다. 세계항공교통학회가 지난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제 항공교통 성장률은 1946년부터 2016년까지 꾸준히 성장하다 최근 20년 새 연평균 5%로 급속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여행은 1인당 GDP(국내총생산)와 밀접한 관계를 보인다. 1인당 GDP가 증가하면 항공여행도 성장한다는 것이다. 학회는 항공교통이 2036년까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지역의 성장이 가장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2016년 항공 성장률은 2016년 12.7%가량 늘어났다. 이처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여객·화물 이동이 점차 커지면서 주변국가도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틴 드레스너 세계항공교통학회 회장은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성장은 앞으로 20년 간 세계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국제공항 기능도 전세계에 발맞춰 확대해야
아시아 주변국이자 여객 수요가 함께 늘고 있는 한국, 특히 대구국제공항의 기능도 지금보다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항의 기능이 커질 수록 수요도 늘어나는 것이 입증되고 있어서다.
대구경북 항공을 책임지는 대구국제공항은 60년 역사를 바라보는 공항이다. 1961년 대구 동구 공항로(지저동) 일대에 국내선 전용 공항으로 처음 개항했다. 공군 제11전투비행단이 전투기를 운용하는 대구 공군기지(K-2)와 일부 시설을 공유하고 있으며 1996년 오사카행 국제선 취항을 시작으로 국제공항이 됐다.
그러나 국제선 노선이 많지 않고, 국내선(인천공항 등) 환승 수요도 KTX 등 비교적 값싼 대체 교통수단에 잠식됐다. 한동안 대구공항 연간 이용객 규모는 국내선을 포함해 100만 명 수준에 그쳤다.
그러던 것이 최근 4년새 대구공항 국제선이 대폭 늘면서 관광, 비즈니스 여객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4년만 해도 기존 3개 노선(상하이, 베이징, 선양), 1주 14편에 그쳤다. 이후 국제노선을 대폭 확충한 결과 현재 16개 노선(괌, 타이베이, 도쿄, 후쿠오카, 오사카, 삿포로, 오키나와, 세부, 홍콩, 싼야, 다낭, 방콕, 블라디보스토크 등), 주 248편으로 크게 늘었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대구공항 이용객은 165만명을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대구시는 연내 이용객이 4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구공항이 국제선을 대폭 늘릴 수 있었던 것은 그간 LCC를 대폭 유치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3월 티웨이 항공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제주항공, 2016년 타이거에어, 에어부산을 잇따라 유치했다. 이달부터는 베트님 국적기인 비엣젯 항공기가 취항한다.
모두 5개 LCC가 노선 경쟁을 하면 여객들 항공료 부담이 줄어든다. 이 영향으로 지역민들은 과거보다 항공을 좀더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국제 항공자유화협정으로 대형 공항만이 아니라 대구공항을 비롯한 2차 공항에도 신규 노선을 취항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기 시작했다.
항공자유화협정이란 자기 나라 비행기가 어디 가서 내릴 수 있고, 어디서 어디까지의 영업이 가능한 가를 항공사 평가 등급에 따라 부여하는 것이다. 유럽 한 국가 항공사가 대구공항 노선 신설을 원한다면 등급에 따라 얼마든 승인할 수 있음을 이른다.
이처럼 변화하는 국제 항공 추세가 대구공항 확장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다. 앞으로 더욱 증가할 관광·비즈니스 수요를 감당하려면 잠재 수요에 걸맞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곧 노후한 대구공항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구시 공항정책과 관계자는 "대구공항은 과거 적은 이용객 수요에 안주해 이렇다 할 정책을 펼치지 못한 채 현상을 유지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 탓에 오늘날 여행을 떠나거나 외국 기업 바이어 미팅을 원하는 지역민들이 인천, 부산공항까지 시간과 돈을 들여 떠나는 불편이 컸다"며 "지금이라도 수요 증가 추세에 발맞추고 다양한 공항발전 사례를 바탕으로 새 시대에 걸맞은 공항정책을 펼치고 공항의 형태도 변모시켜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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