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은 비핵화 미루는데 경협만 서두르는 정부

28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도로협력분과회담을 대하는 심경은 착잡하다. 6·12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보름이 지났음에도 북한의 비핵화 후속 조치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남한만 남북 경제협력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남북은 지난 26일 동해선경의선 철도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공동조사연구단 구성, 경의선 북측 구간 공동조사 등에 합의했고, 다음 달 4일에는 산림 분과회의도 연다.


문재인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낙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풍경들이다. 그러나 낙관할 근거는 아직 어디에도 없다. 문 정부는 협상 분위기를 조성한답시며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물론 국군의 단독 훈련까지 중단했지만,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구체적 조치는 없다. 북미 정상회담 합의도 북한이 이행한 것은 ‘미군 유해 송환 합의’일 뿐이다. 우리 입장에서 달라진 것은 아직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아무 말이 없다. 대북 저자세라고 할 수밖에 없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대상을 남한 내 이산가족 생존자의 570분의 1에 불과한 100명으로 북한과 합의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생존자의 85% 이상이 70세 이상의 고령이고 2004년부터 매년 평균 3천800명의 생존자가 세상을 떠나는 점을 감안하면 100명 합의는 ‘잔인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에 통일부는 “남북 간 여러 가지 행사를 원만하게 치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산가족의 해원(解怨)보다 북한의 심기가 더 중요하다는 소리다.


이런 식으로는 북핵이라는 현상을 깨지 못한다.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한발 움직일 때 우리도 한발 움직이고, 강하게 대응해야 할 때는 강하게 나가야 한다. 남북경협도 그렇다. 경협으로 돈을 퍼준다고 해서 비핵화할 북한이 아니다. 오히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를 흔들어 비핵화를 더 멀어지게 할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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