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영롱한 목소리가 영진전문대 세미나홀을 가득 채웠다. 펄펄한 입담과 차진 손맛으로 방송 안팎에서 종횡무진인 이혜정 씨가 맛있게 사는 법을 전하기 위해 영진전문대를 찾았다. 일인칭 시점으로 그녀 목소리를 전한다.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살자
"얼굴 생김새와 달리 목소리는 좋네."
하루는 요리 수업하러 온 아줌마가 날 보더니 말을 내뱉더라. 그 말을 난 이렇게 들었다.
'난 목소리가 예쁘구나! 목소리가 내 매력이야.'
못생기고 뚱뚱하다는 핀잔을 한평생 듣고 살다 보니 쏟아지는 부정적인 말 속에서 나를 지키고 보호하는 방법을 자연스레 터득했다.
내가 나를 돌보고 사랑하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아껴주지 않는다. 지적보단 칭찬에 귀 기울이며 살자.
◆인생, 절대 억울해할 필요 없다.
결혼 2년차, 매운 시집살이 탓에 유산을 네 번이나 했다. 다섯 번 만에 어렵게 아들을 낳았는데, 설상가상 심장병을 갖고 태어났다. 병원 의사가 "딱 15년만 준구 엄마로 살아봅시다. 준구가 초등학교만 들어가면, 군대도 갈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날부터 동네 도서관 가서 요리·영양학 관련 책은 모조리 읽고 또 읽었다. 전국 5일장을 돌며 식재료 구해 밥을 했다. 요리를 연구한 적 없다. 다만 아들 살리려고 열심히, 충실히, 성실히 15년 동안 밥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힘들고 어렵던 준구 애미의 시간이 결국 요리 연구가 이혜정을 만들어주었다.
인생을 돌아보니 알겠더라. 세상은 말로 주면 되로 갚아준다는 사실을. 그러니 당장 닥친 불운에 억울해하지 말자.
◆타고난 소질, 분명히 있습니다.
준구가 완치 판정받던 날, '이제 난 무엇을 위해 살지?' 허무하고 허탈했다. 온종일 펑펑 울었다. 문득 국민교육헌장 첫 문구 '타고난 저마다 소질을 개발하고...'가 떠올랐다. 뒤이어 "넌 어쩜 이렇게 손맛이 있니?" 칭찬해주던 시아버지, "엄마가 해주는 밥은 맛있어" 외치던 아들, "그 솜씨로 누구 가르쳐 봐라" 이웃주민 말들이 떠올랐다.
다음날 바로 이웃을 불러 요리 수업을 시작했다. 소문이 나서 대구MBC 요리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그날이 요리연구가로 첫발을 내디딘 날이다.
절대 본인을 과소평가하지 말자. 누구나 분명히 타고난 소질과 재능이 있다. 그 소질을 발견하느냐 못하느냐는 시간 문제일 뿐이다.
열심히 살았기에 63살의 나이가 값진 훈장 같다는 그녀.
나이는 세상을 이겨온 세월이자 세상과 소통해 온 시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그녀 삶이 말해준다.
이 기사는 지역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매일신문 디지털 시민기자 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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