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보상운동을 이끌었던 대구 민족운동가 서상돈 선생의 선종 105주기를 맞아 그의 묘소를 정비,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는 후손과의 협의에 따라 주민참여예산으로 묘소정비사업을 벌일 방침이다.
29일 대구 수성구 범물동 가톨릭범물묘원 인근 산에서 등산로를 따라 10분가량 오른 지점에 민족운동가 서상돈(1851년 10월 17일~1913년 6월 30일) 선생이 잠들어 있었다. 사람 발길이 끊긴 지 오래인듯, 묘와 주변은 무릎까지 올라오는 잡초로 가득했다. 근처에 왕복 10차로 범안로가 지날 만큼 통행량도 많지만 도로가에는 묘지 위치를 안내하는 이정표 하나 없었다.
가톨릭범물묘원에서 7년째 근무한 직원은 "일년에 한 두번 학술단체에서 방문할 뿐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달 30일로 서 선생 선종 105주기를 맞았다. 서 선생은 1907년 대한제국 정부가 일본에 빚을 많이 져 국권을 빼앗기는 것이라고 생각해 금연으로 나라의 빚을 갚자는 '단연회'(斷烟會)를 조직, 대구를 중심으로 전국적 국채보상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국채보상운동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했다.
서 선생 묘는 1974년 달성군 달성 서씨 선산에서 이곳으로 옮겨졌다. 서 씨 문중이 가톨릭범물묘원 인근 땅을 사들여 직계가족 봉분 7기를 합봉했다. 이후 직계후손 대부분이 지역을 떠나 외국 등지에 살고 있어 관리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선생과 함께 국채보상운동을 이끌었던 김광제 선생에 대해서는 10년 전 조직된 기념사업회가 그의 업적을 알리는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 선생 고향인 충남 보령시는 2006년쯤 예산 1억원을 들여 참배 장소를 단장하기도 했다.
반면 대구시민 대다수가 서 선생의 묘소의 위치를 모르는 실정이다. 앞서 '지방자치단체 등이 주도해 묘소를 정비,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몇 차례 나왔으나 번번히 무산됐다. 수성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에는 범물동 주민들이 대구시에 '묘 주변 정비사업을 위한 주민참여예산' 편성을 신청했으나 일부 직계 후손이 반대해 심사에서 탈락했다.
서 씨 문중에 따르면 최근 이 같은 기류가 찬성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정비사업 성사에 기대가 높아지는 이유다. 문중 한 관계자는 "최근 대구시,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와 의견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가족 묘원에 그쳤던 이곳이 대구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쓰이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후손들 의견에 따라 사업 예산 편성을 검토할 방침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후손들 의견이 찬성으로 모이면 내년도 주민참여예산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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