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까

선수로 월드컵 뛰어본 감독 성적도 괜찮아
국가대표만 하고 월드컵 경험 없는 감독 모두 탈락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를 정리해본 결과 선수로서 월드컵 무대를 밟아본 이들이 감독으로서도 어느 정도 능력을 입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가대표 경력이 있지만 월드컵에 뛴 경험이 없는 이들은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대조를 이뤘다.

◆소싯적 월드컵에 얼굴 알린 감독들

이번 월드컵에 출전했던 32개국 감독 중 선수로서 월드컵 무대를 밟아본 이들은 8명. 이들 중 러시아, 프랑스, 잉글랜드, 스페인 감독이 16강에 올랐다.

개최국인 러시아 감독 스타니슬라브 체르체소프는 소련 시절인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1년간 국가대표를 지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는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멤버였던 수비수 디디에 데샹(1989~2000년 국가대표) 감독의 프랑스도 이변없이 16강에 진출했다.

잉글랜드 감독 가레스 사우스게이트(1995~2004년 국가대표) 역시 16강은 무난했다. 다만 잉글랜드 국민들에겐 악몽같은 토너먼트 승부차기 공포를 어떻게 이겨낼지가 관건이다.

잉글랜드 감독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AP 연합뉴스
잉글랜드 감독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AP 연합뉴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게 선수 시절 승부차기는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다. 자국에서 열렸던 '유로1996' 독일과 4강전에서 실축한 기억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선수로 출전한 월드컵인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잉글랜드는 16강 아르헨티나 전에서 승부차기로 졌다.

이번 대회 출전 감독 중 최장수 국가대표 선수 경력(1989~2002년)을 자랑하지만 감독 경력은 한 달도 안되는 스페인의 페르난도 이에로는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14년간 국가대표로 있은 동안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에서, 더 예전엔 1994년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눈도장을 찍었던 이에로다.

스페인 감독 페르난도 이에로. AP 연합뉴스
스페인 감독 페르난도 이에로. AP 연합뉴스

감독을 맡은 지는 2주일 됐다. 스페인 대표팀이 월드컵 개막 하루 전 훌렌 로페테기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기술이사이던 이에로를 감독에 앉혔기 때문이다. 불운의 로페테기 전임 감독은 스페인축구협회와 2020년까지 감독직 연장 계약을 체결하고 3주 뒤 레알 마드리드와 감독직 계약을 한 것이 문제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로 월드컵 무대 밟았어도 조별리그에서 쓴 맛

이에로와 동갑내기이자 스페인 대표팀 공격수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함께 출전하기도 했던 후안 안토니오 리찌 사우디아라비아 감독은 대회 도중 경질설에 시달렸다. 러시아, 우루과이 전의 잇단 패배와 졸전 탓이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이집트를 잡으면서 외려 감독 계약 기간을 연장했다.

세르비아 감독 믈라덴 크르스타이치. AP 연합뉴스
세르비아 감독 믈라덴 크르스타이치. AP 연합뉴스

2000년대 세르비아 국가대표팀 중심 수비수였던 믈라덴 크르스타이치(1999~2008년 국가대표) 세르비아 감독도 1승 2패의 성적표를 들고 세르비아로 향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케즈만, 밀로세비치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과 함께 출전했지만 그때는 3전 전패로 대회를 마쳤다.

세네갈 감독 알리우 시세. AP 연합뉴스
세네갈 감독 알리우 시세. AP 연합뉴스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의 주역이자 세네갈 팀의 주장이었던 알리우 시세(1999~2005년 국가대표) 감독은 1승 1무 1패의 성적표를 받았지만 페어플레이 포인트(골득실까지 같을 경우 경고를 적게 받은 팀이 16강에 진출하는 규정)에서 뒤져 아쉽게 짐을 쌌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16강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던 코스타리카 팀의 핵심 미드필더, 오스카 라미레즈(1985–1997년 국가대표) 감독도 지난 브라질 대회 8강의 영광을 뒤로 하고 1무 2패라는 초라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국가대표 경력만 있는 감독, 100% 조별리그 탈락

국가대표 경력이 있었지만 월드컵에는 뛰지 못한 이들이 감독을 맡은 팀은 100%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가까운 예로 신태용 감독을 들 수 있다. 1992년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발탁된 신 감독은 1997년까지 국가대표 경력을 갖고 있지만 1994년 미국 월드컵에 출전하진 못했다.

튀니지 나빌 말룰 감독은 1985~1995년까지 장장 11년간 튀니지 국가대표로 뛰었지만 자국의 월드컵 진출이 어려워 월드컵과 인연이 없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까지 아프리카의 월드컵 진출권은 단 2장이었다. 그 대회 카메룬의 8강 진출로 다음 대회인 1994년 미국 월드컵부터 아프리카의 월드컵 진출권이 3장으로 늘어났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5장이 됐다.

페루 리카르도 가레카 감독은 1981~1986년까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를 지냈지만 조국이 진출한 월드컵(1982, 1986년)과 인연이 없었다. 월드컵 출전 국가대표 명단에 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집트 엑토르 쿠페르 역시 1984년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 3경기에 출장한 기록이 있다. 안타깝게도 이번 대회 첫 경질 감독이 됐다. 조별리그 3전 전패로 탈락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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