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개의 유네스코 유산 가진 안동] 하회마을·유교책판·봉정사…세계가 인정한 '탁월한 역사성'

편액, 만인소, 병산서원, 도산서원도 등재 추진

안동 봉정사가 지난달 3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이로써 안동은 하회마을과 유교책판 등 3건의 유네스코 유산을 품은 도시가 됐다. 안동시 제공
안동 봉정사가 지난달 3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이로써 안동은 하회마을과 유교책판 등 3건의 유네스코 유산을 품은 도시가 됐다. 안동시 제공

안동 봉정사가 지난달 30일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에서 열린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이로써 안동은 하회마을과 유교책판 등 3건의 유네스코 유산을 갖게 됐다.

안동시는 이번 봉정사의 세계유산 등재와 함께 추가 등재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2016년과 2018년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록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편액'과 '만인의 청원 만인소'가 등재되면서 세계유산으로 승격을 추진하고 있다.

또 안동 병산서원과 도산서원도 내년에 열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밖에도 안동을 대표하는 무형유산인 '하회별신굿탈놀이'도 2020년을 목표로 인류무형유산 등재에 도전한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의 세계유산 등재는 안동의 자랑이며 기쁨이다. 앞으로 봉정사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널리 알리는 것은 물론 온전히 후대에 물려줄 수 있도록 보존 관리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안동 봉정사와 영주 부석사, 경남 양산 통도사, 충북 보은 법주사, 충남 공주 마곡사, 전남 순천 선암사, 전남 해남 대흥사 등 7곳 사찰로 구성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안동시와 문화재청은 지난달 30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결정했다고 밝혔다.

세계유산위원회는 '7~9세기 창건 이후 현재까지의 지속성, 한국 불교의 깊은 역사성'이 세계유산 등재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기준(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은 2013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고 2017년 1월 세계유산 등재신청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된 이후 1년 반 동안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하 이코모스)의 심사를 받았다.

이코모스는 지난달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7개 산사 중 연속유산으로서의 선정 논리 부족 등을 이유로 통도사, 부석사, 법주사, 대흥사 4개 산사만을 등재할 것을 세계유산위원회에 권고했다.

봉정사, 마곡사, 선암사는 역사적 중요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으며, 봉정사의 경우 '종합승원'으로 보기에 상대적으로 다른 사찰에 비해 규모가 작다고 봤다.

하지만 문화재청과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외교부로 이루어진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 대한민국 대표단은 이코모스가 세계유산에서 제외할 것을 권고한 3곳 사찰을 포함해 원래 신청한 7곳 사찰이 모두 등재될 수 있도록 보완자료를 작성하고, 위원국들을 상대로 교섭을 해왔다.

그 결과 이날 오후에 있었던 등재 결정 논의 과정에서 위원국인 중국이 7개 산사 모두를 등재할 것을 제안하면서 21개 위원국 중 17개국이 공동 서명했고, 20개 위원국이 지지발언을 해 전체 위원국의 지지로 성공적으로 등재됐다.

◆봉정사, 이코모스 등재 권고 대상 제외에서 포함까지

"세계유산 자문기구가 어떻게 역사적 가치를 평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봉정사는 통도사와 같은 가치를 지녔습니다. 마곡사와 선암사도 대흥사처럼 9세기 무렵에 창건됐습니다."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열린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이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한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에 이코모스가 안동 봉정사와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를 등재권고에서 제외한 것에 대한 짐바브웨 대표단의 반문이었다.

이코모스는 한국의 산사가 오랫동안 신앙·수도·생활이 어우러진 종합승원으로 기능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봉정사, 마곡사, 선암사를 등재 권고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에 대해 역사적 중요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을 제시했다. 봉정사는 다른 사찰 6곳과 비교해 규모가 작다는 지적도 받았다.

산사 논의에서 첫 발언자로 나선 스페인 대표단은 "한국의 산사는 7곳을 모두 합해야 등재 기준을 충족한다"며 "스페인이 보유한 세계유산인 산티아고 순례길, 안토니 가우디 건축이 한국의 산사와 같은 연속유산인데, 각각 다른 가치를 합친 덕분에 세계유산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대표단 역시 "이코모스가 권고 대상에서 제외한 사찰도 한국 불교의 대표적 모습을 보여준다"며 "7곳을 모두 등재해야 한국 불교가 살아 있는 유산으로서 무형적 가치가 온전히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김지홍 사무관과 임경희 학예연구사는 "봉정사, 마곡사, 선암사는 의심할 여지 없이 역사성이 입증된 사찰"이라며 "봉정사의 경우 사찰 규모는 종합승원으로서 가치와 관계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 목조 건축물 극락전 보유

국내 최고 목조건축물인 봉정사 극락전. 안동시 제공
국내 최고 목조건축물인 봉정사 극락전. 안동시 제공

'봉정사'(鳳停寺)는 안동 천등산(天燈山)에 자리 잡고 있다. 천등산은 원래 대망산(大望山)이라 불렀는데 능인대사(能仁大師)가 젊었을 때 대망산 바위굴에서 도를 닦고 있는데 스님의 도력에 감복한 천상의 선녀가 하늘에서 등불을 내려 굴 안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 해서 '천등산'이라 하고, 그 굴을 '천등굴'이라 했다.

그 후 더욱 수행에 정진하던 능인대사가 절을 지을 곳을 찾으려 도력을 발휘해 종이로 봉황(鳳)을 접어 날리니 지금의 봉정사 자리에 와서 머물렀다(停)고 한다. 이 때문에 봉정사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봉정사는 안동뿐만 아니라 경상북도의 명소로, 우리나라 사찰 중에서도 손꼽을 만큼 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가람을 지니고 있다.

봉정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인 극락전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불교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어 수련과 휴식 등 현대인들에게 산사의 매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과 방문이 있었던 곳이다. 고려시대에는 태조(太祖)와 공민왕(恭愍王) 등이 행차했고, 지난 1999년에는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안동의 전통마을을 방문하면서 봉정사에 들러 우리 불교문화의 진수를 체험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봉정사는 세계적 유명세를 얻었다.

봉정사의 암자로는 영산암, 지조암, 중암 등 3개가 있다. 봉정사는 672년(문무왕 12)에 창건했다고 하는데, 창건주에 대한 내용은 기록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 '양법당중수기'(兩法堂重修記)의 내용에는 봉정사의 창건주가 의상대사(義湘大師)라 전하고, 극락전의 상량문에는 능인대사가 창건주라고 적혀 있다.

이 두 기록은 조선 중기에 작성된 것으로 절의 역사를 전하는 가장 오래된 문서이며, 이러한 창건과 관련된 기록은 각색돼 창건설화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능인대사는 의상대사의 제자이고, '삼국유사'(三國遺事) 등에 따르면 의상대사가 귀국 후 처음으로 창건한 절이 부석사라고 하는데 봉정사가 세워진 672년은 부석사보다 4년 앞선 시기이므로 봉정사의 창건주는 의상대사보다는 능인대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창건 이후 절의 역사는 정확히 전해지지 않지만 현존하는 전각 등으로 볼 때,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높은 사격을 지니고 법등이 지속됐음이 분명하다. 고려시대의 유물로 전해지는 것으로는 목조관음보살좌상(보물 제1620호)과 극락전(국보 제15호)을 들 수 있다.

극락전의 경우 1972년 중수하는 과정에서 상량문이 발견됐다. 상량문에는 고려 후기인 1363년(공민왕 12) 3월 전각의 지붕을 중수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 극락전은 적어도 그보다는 앞선 시기인 고려 중기의 건물로 판단되고 있다.

정병삼 숙명여대 교수는 "봉정사는 대웅전 마당과 극락전 마당으로 구분되는데, 사찰이 영역을 확장하면서 불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예다. 우리나라 목조건축의 야외전시장이라는 별칭답게 이곳에선 13세기 초 건립된 극락전과 14세기 다포건물인 대웅전, 16세기 주심포 후기 건물인 화엄강당, 17세기 만세루 등 다양한 전각을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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