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양심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지난주 헌법재판소에서는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를 적시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런 내용의 기사가 나올 때마다 인터넷 댓글에는 군대에 갔다 온 사람들이 "그러면 우리는 비양심적이어서 군대를 갔나?" 하는 분노에 찬 목소리들이 올라온다. 그렇지만 '양심적 병역 거부자'라는 말을 논리적으로 분석해 보면 '양심적'이 '병역 거부자'를 수식하는 구조이다. 즉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병역 거부자' 중에서 비양심적인 사람과 상반되는 개념이지 '병역 이행자'와 상반되는 개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양심은 사전적으로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라고 규정된다. 맹자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부끄러워하고 남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미워하는 본성을 수오지심(羞惡之心)이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양심에 대한 또 다른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양심은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고, 보편적인 성격을 지닌다는 의미가 강하다. 헌법재판소에서는 헌법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에 명시된 양심에 대해서 '어떠한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데 있어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라고 규정하였다. 여기에서 양심은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와 관련된 것으로 보편적인 도덕법칙에서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어떤 관점을 취하든 양심은 선악을 판단하는 능력이자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지키며 인간답게 살려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은 쉽고, 편하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는 또 다른 경향도 가지고 있다. 재미있는 것들은 도덕에 어긋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양심이 제동을 건다. 양심이 있는 사람에게 양심은 '양심의 가책'이라는 말처럼 의무와 불편함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양심을 지키며 살 때에는 도덕적으로 올바른 일을 한다는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군대에는 취사, 간호, 행정과 같이 총을 잡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다른 사람을 살리는 병과도 많다. 그런 병과에 30개월 정도 복무를 하게 하면, 양심을 지키며 살려는 사람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대구 능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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