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 일몰제가 2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구 도심 최대 노른자로 꼽히는 수성구 범어공원 일대가 일부 지주들의 위력 과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원 내 소유지에 울타리를 치거나 구청에서 만든 산책로 철거를 요구하는 등 벌써부터 사유지로 변질시키고 있는 탓이다. 따라서 도심공원 일몰제가 개시되면 범어공원 일대가 난개발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벌써부터 사유지로 변하는 도심공원
수성구청은 지난 2007년 황금동 대구노인복지관 인근에 범어공원으로 진입하는 산책로를 조성했다. 진입로와 이어진 인도를 따라 경계석 100여개도 설치해 도심 미관이 나아졌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구청이 마련한 산책로를 찾을 수 없다. 지난해 해당 토지의 지주가 "동의를 받지 않고 산책로를 조성했다"고 항의하면서 구청이 모두 철거했기 때문이다.
지주는 경계석을 걷어낸 자리에 초록색 울타리를 두르고 자신이 직접 공원을 원상 복구하겠다며 컨테이너까지 설치했다. 인근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던 도심공원이 일순간에 사유지로 변한 셈이다.
범어동에서 황금동까지 걸쳐있는 범어공원은 총 면적 113만2458㎡의 대규모 도심공원이다. 공원 주변에 18개 아파트 단지(총 7천여가구)가 자리 잡은 주민들의 대표적인 휴식공간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원 곳곳에는 울타리가 들어서고 있다. 일부 울타리에는 '외부인 출입금지' 안내판도 붙였다.
지주들이 설치한 울타리들은 2년 앞으로 다가온 공원일몰제와 관련이 깊다. 공원일몰제는 장기간 방치된 도시계획시설(공원)을 2020년까지 공원시설에서 일괄 해지하는 조치를 말한다. 2년 뒤면 공원 내 토지 소유자들이 건물을 짓는 등 재산권 행사도 가능하다. 이를 아는 지주들이 미리 자기 땅의 경계를 대내외적으로 알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시행사 관계자는 "공원 곳곳을 둘러싼 울타리는 범어공원의 개발 수요가 그만큼 뜨겁다는 의미"라며 "지주들이 무분별하게 개발에 나서게 되면 공원 기능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지주들이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원에 울타리를 쳐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단순히 자기땅 경계만 표시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며 "산책로를 막지 않는다면 모두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전체 공원 5%만 매입해 난개발 막겠다는 대구시
대구시는 범어공원 전체 부지 중 5% 정도를 매입해 난개발을 막을 계획이다. 경사가 완만하고 주변 도로와 접한 요지만을 매입해 공원 전체를 개발이 불가능한 맹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49억원, 올해 76억원, 내년 70억원 등 195억원의 예산도 확보했다.
시는 865억원을 들이면 대구의 장기미집행 공원 38곳(1천166만8천㎡) 모두를 개발이 불가능한 맹지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 239억원의 예산을 확보한데 이어 2년 내에 나머지 626억원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개발 수익을 기대하는 지주들과 협의가 쉽지 않은데다 재산권 침해를 막으려 도입된 공원일몰제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도시공원 민간개발특례사업'이 꼽히지만 '특혜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민간개발 특례사업은 민간 사업자가 장기미집행 공원부지를 사들여 70%는 공원 부지로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고, 30%는 주거·상업시설로 개발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공원 조성 비용에 비해 개발 수익이 막대해 특혜 논란을 빚어왔다.
범어공원의 경우 지난 2014년부터 올 2월까지 6개 민간회사가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을 제안했지만 4건은 경관훼손과 협소한 진입로 문제로 불가 판정을 받았고 2건은 자진취하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 관계자는 "범어공원은 용도가 자연녹지로 지정돼 있고 지목도 대부분 개발이 어려운 임야로 설정돼 있어서 개발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공원일몰제 해제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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