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인연은 꼬리를 물고

"제게 이런 일이!"

지난 5월 평생 처음 '지나간 것은, 다 그립고 눈물겹다'는 책을 낸 윤이조(85) 저자는 이후 벌어진 상상 못한 일로 놀라움의 연속이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 독립운동가 향산(香山) 윤상태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펴낸 뒤 그에 얽힌, 알 수조차 없던 사연이 꼬리를 잇고 자료가 쌓여서다. 한 달 사이 사연만으로 다시 책을 내도 될 만큼이다.

먼저 생전 살던 곳의 풍경을 읊은 향토색 짙은 한시 '달배육경'(月背六景)이다. '토현(兎峴)의 초승달(新月)'과 '배잠(盃岑)의 지는 해(落照)', '임휴(臨休)사 새벽종(曉鐘)', '낙동강(洛江)의 돌아오는 돛단배(歸帆)', '도원(桃源)마을의 나무꾼 피리소리(樵笛)', '가야(伽倻)산의 구름 장막(雲帳)'이다. 월배 옛 모습을 노래한,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31운동 옥살이 때 천도교 지도자 손병희에게 보낸 한시도 있다. '예로부터 영웅은 곤욕을 겪고야 완성되는 법/ 몸을 움직여 정의에 던지길 깃털처럼 가볍게 여겼네/ 3만 근 무게의 쇠뇌를 어찌 이유 없이 쏘리오/ 한 손을 움직이자 땅을 움직이는 소리'라는 옥중시다.

시뿐만 아니다. 1942년 순국 뒤 26년이 지난 1968년, 1920, 30년대 사비로 세워 운영한 덕산(德山)학교 제자들이 모여 그를 기리며 '향산경모계'(香山敬慕稧)를 꾸렸고 84명 이름이 적힌 명부 '향산경모계안'도 봤다. 특히 덕산학교를 다룬 일본인 교수 논문과, 지난날 베푼 선정을 새긴 비석이 고령 성산에 세워진 것까지 알게 됐다.

저자는 몇 가지 제보도 곧 확인할 참이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전문가도 아닌, 평소 대구 향토사에 관심이던 '팔거역사문화연구회' 이정웅 회장과 '달서선사유적사람들'의 이국성 회장 같은 평범한 대구 시민들의 덕분이어서 저자는 더 놀랐다. 호국보훈의 6월이 가기 전인 29일 저자가 두 회장을 초청, 감사 인사를 한 까닭이다.

두 회장도 이날 첫 만남이니 모두 첫 대면이지만 독립운동가로 맺은 인연인지라 낯설지 않았다. 여기 저기 흩어져 세상에 잊힌 독립운동가의 이야기가 다시 묶여 널리 퍼지는 계기가 될 그런 인연을 우연히 맞은 필자도 올 6월은 남다르고 이어질 인연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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