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취수원 이전에 시장직 건 권영진 대구시장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달 29일 대구취수원 이전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밝힌 것은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하다. 권 시장은 대구 수돗물의 유해물질 검출 논란과 관련, 시민들에게 사과하는 자리에서 대구취수원 이전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권 시장의 표현대로 시민들이 느끼는 수돗물은 공포 자체다. 1991년 페놀 사태 이후 30년 가까이 낙동강 수질오염 사고가 되풀이돼 왔으니 시민들의 두려움과 불신은 끝이 없다. 이번에 검출된 과불화화합물이 인체에 해가 없다고 해도, 환경부 차관이 수돗물을 마시는 퍼포먼스를 연출해도, 곧이곧대로 믿는 시민은 거의 없다.


시장이 시민들의 수돗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문제는 대구시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구미시의 반대가 완강해 지금까지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2015년 취수원 이전을 위한 대구구미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9차례 협의를 했고, 국무총리실에 공동건의, 국무조정실 주관 실무협의 등을 거치고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구취수원을 구미공단 상류지역으로 이전하려면 대구구미 간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권 시장이 홀로 목소리를 내봤자, 구미가 받아주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중앙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 지난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중재를 약속하고는, 몇 차례 실무협의를 시도했다가 지금은 포기한 듯한 분위기다. 대구시가 낙동강 수계 관리의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 중앙정부에 대해 강하고 분명한 목소리로 지속적인 중재를 요청해야 한다.


권 시장은 구미시민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대구시민의 수돗물 고통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무작정 강요하거나 대구시 입장만 앞세워선 안 된다. 지금까지 대구시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자세와 각오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권 시장이 취수원 이전을 성공시켜 약속을 지키는 시장으로 남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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