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당신의 고백

안현주 메시지 캠프 기획실장

안현주 메시지 캠프 기획실장
안현주 메시지 캠프 기획실장

누구나 마음 속에 여러 자아를 품고 산다. 사람들이 아는 나와 오직 나만이 아는 나. 때로는 지킬과 하이드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타인에게는 항상 완벽하고 좋은 사람이고 싶다. 하지만 나는 한없이 나약한 인간에 불과한 것을. 집에 지쳐 돌아오면 우울의 동굴을 파고 쪼그려 앉아있는 나를 마주하곤 한다. 어쩌면 좋은 사람의 가면을 쓰느라 더 지쳐버렸을지도, 침대에 몸이 뉘이기 바쁜 하루에 진짜 나로 돌아올 시간조차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진짜 나를 알고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당신도 마음 속에 하이드 하나쯤은 가지고 있겠지.

누구나 어두운 시기가 있다. 힘든 일은 하루에도 한두 개씩 생기기 마련이니까. 혹자는 인생을 롤러코스터라고 한다. 바닥을 치면 올라가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단다. 하지만 바닥에서 올라오지 못한 사람도, 더 바닥으로 내려가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아는 걸. 그래서 스쳐 지나간 수많은 사람들의 존재를 기억하려 한다. 희망은 성공한 소수를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일 테니까. 내가 원하는 것은 해결을 담보하지 않는 희망이 아니다. 지금보다 얼마나, 어떻게 더 열심히 살아야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다. 나도 말 뿐인 위로를 믿지 않을 만큼 세상을 겪은 모양이다.

감정의 크기를 비교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남의 염병보다 내 고뿔이 더 아픈 법이니까.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는 타인과 비교하며 안도하고 싶지도 않다. 힘들고 지친 현재를 두고 먼 미래에 올지도 모를 희망을 논하는 사람들이 공허해 보인다. 위로가 위로가 되지 않으니까. 감정과 기억은 언젠가 사라진다지만, 그것이 영원할 것 같을 때가 있다. 내 감정이 그런 것을 어쩔 수 없지.

글로써 포장된 나를 드러내 본다. 당신과 다를 바 없는 한 사람임을. 고백은 언제나 용기를 필요로 한다. 나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언젠가부터 감정을 움직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사람에 상처받은 친구에게 나조차 믿지 않는 뻔한 위로의 말을 건네 본다.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을 그도, 나도 잘 알고 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위로이고 공감이고 싶은 것은 내 욕심일까. 어쩌면 나 스스로 치유 받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삶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나에게 있기를, 그럼으로써 진짜 당신을 볼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나 또한 당신의 위로와 공감이 되고 싶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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