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페라 vs 뮤지컬'로 만나는 얼음공주 투란도트

‘오직 나만이’ vs ‘넬슨 도르마’ 불꽃 튀는 대결 주목

7월 대구엔 뮤지컬, 오페라 두 분의
7월 대구엔 뮤지컬, 오페라 두 분의 '투란도트' 공주가 납신다. 두 장르의 특성을 비교해서 작품을 관람하는 것도 의미 있는 감상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뮤지컬 '투란도트' 공연 장면.

"성악으로 진검 승부, 무용은 거들 뿐" vs "노래, 안무, 연기 3박자 예술"

동일 작품(투란도트)을 오페라와 뮤지컬로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드문 기회가 찾아왔다. 오페라와 뮤지컬은 '음악극' '종합예술'을 공통분모로 하고 있지만 두 분야의 경계는 뚜렷하다. 이런 특징 때문에 두 장르는 각자의 영역에서 각기 팬층을 몰고 다닌다.

지난 달 28일 DIMF 특별공연작 뮤지컬 '투란도트'가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은 7월 8일 (일)까지 계속 공연된다. 이와 더불어 이달 27일(금), 28일(토) 양일간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는 오페라 '투란도트'가 예정돼 있다. 지역 팬들은 '두 분의 공주'를 맞이하는 행운을 잡게 된 것이다.

지난 달 29일 뮤지컬 '투란도트'가 열리는 계명아트센터를 찾았다. 이번 관람 포인트는 오페라 시각에서 본 뮤지컬 '투란도트'.

뮤지컬 '투란도트'의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하고도 완성도 높은 넘버(曲)다. 전체 곡이 30곡이 넘는데다 일부 넘버는 휴대폰 벨로 이용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출퇴근 차안에서 이 곡만 듣는다는 마니아들도 있다. 1막 초반에 임혜영의 '어쩌면 사랑'이 울려 퍼지자 객석은 순식간에 고음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중반에 울려 퍼진 '오직 나만이' '그 빛을 따라서'는 관객의 소름을 돋우며 절정으로 몰아갔다. 오페라 '투란도트'에서도 '넬슨 도르마' '처음 흘려 보는 눈물' 같은 주옥같은 아리아가 있고 푸치니 특유의 낭만적 선율이 전막을 지배하지만 음악의 몰입도나 집중도에서는 뮤지컬이 단연 압권이다.

두 작품의 인적(人的)구성인 캐스팅은 작품을 들여다보는 창(窓)이 된다. 뮤지컬에서 '원조 공주' 박소연과 브로드웨이 스타 출신 김소향이 미성(美聲)을 뽐내면 한국 정상 소프라노 이화영, 김라희가 신들린 고음으로 맞서고, 이건명, 정동하의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는 이병삼, 노성훈의 '발칸포'가 막아서게 된다. 헌신녀 류에서 임혜영과 조지영의 연기 대결도 볼만하다.

7월 대구엔 뮤지컬, 오페라 두 분의
7월 대구엔 뮤지컬, 오페라 두 분의 '투란도트' 공주가 납신다. 두 장르의 특성을 비교해서 작품을 관람하는 것도 의미 있는 감상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 장면.

장르 특성상 음악, 합창에서는 오페라 '투란도트'가 단연 앞선다. 40명 메트로폴리탄오페라합창단과 유스오페라콰이어의 호위를 받기 때문이다. 뮤지컬 '투란도트'의 'TMM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은 5배가 넘는 50인조 '디오오케스트라'에 맞서야한다. 공연 당일 TMM의 김지영 지휘는 현란한 일렉트릭 사운드와 격조 높은 현악기를 적절히 배합해 수적 열세의 간극을 잘 메워주었다.

빠른 전개와 스피디한 구성을 특징으로 하는 뮤지컬은 무대세트에 있어서 오페라에 열세 일 수밖에 없다. 특징 없는 무대가 늘 지적됐지만 이번에도 2, 3번 정도 무대 전환이 전부였다. 오페라 '투란도트'가 중국 고대 궁전을 재현하고 40ft 컨테이너 4대 분량의 소품을 투입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배성혁 DIMF 조직위원장은 "노래, 안무에 집중하는 뮤지컬에서 세트의 열세는 일반적"이라며 "대신 화려한 영상, 조명, 특수효과로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차가운 심장을 가진 얼음공주'와 '남성혐오증 환자 까칠녀'. 7월 대구엔 두 명의 투란도트가 납신다. 장르도 결도 다른 두 작품을 하나의 시각으로 재단할 수 없지만 두 장르의 특성을 이해해서 관람한다면 '공주의 눈물'이 더 또렷하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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