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들어간 대구 경제계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근로자들은 달라진 근로형태에 차분히 적응하며 한결 여유로워진 오전 출근시간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이에 반해 제조업 현장에선 생산성 유지를 위한 추가 채용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구 신세계백화점에 근무 중인 이수연(42) 씨는 2일 아침을 한결 여유롭게 시작했다. 출근시간이 오전 10시에서 10시 30분으로 늦춰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출근시간이 오전 9시 30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시간이나 더 여유가 생긴 것이다. 덕분에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아침을 먹고, 등교하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게 됐다. 퇴근시간도 오후 6시 30분으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 씨는 "아침이 여유로워지면서 아들 등교를 보채지 않게 돼 좋고, 아들과 함께하는 저녁 시간도 늘어나게 됐다"며 "아침 운동을 하거나 문화강좌를 듣는 등 늘어난 여가를 활용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야근에 시달렸던 사무직 근로자도 근로시간 단축 효과를 누리고 있다. KT 대구지사는 지난 3월부터 근로시간을 주 52시간 내로 맞췄다. 오후 6시가 되면 사내 컴퓨터가 강제로 종료돼 직원들이 제시간에 퇴근하도록 했다. 야근을 하려면 신청서를 별도로 내야 한다.
KT 대구지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오후 6시 퇴근이 어려운 대리점 직원들은 출근 시간을 대폭 늦추는 식으로 근로시간을 맞추고 있다"며 "오후 6시가 조금 넘으면 회사가 텅텅 빌 정도다. 직원들은 요리나 검도 학원을 등록하는 등 취미 생활에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반해 연구직 등 일부 직종에서는 52시간 근무제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제조업체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김모(46) 씨는 "근로시간을 주 52시간 이하로 맞추려면 출퇴근 시간이 정확히 기록돼야 한다. 비교적 업무 시간이 유연하고 자발적으로 야근하는 경우가 잦은 연구직은 근로시간을 산출하는 것조차 어려울 것"이라며 "근로시간 단축 시행으로 업무 부담이 줄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희망사항에 그치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역 제조업체들은 줄어든 근로시간으로 납품기일을 맞추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성서산업단지의 금속가공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맺은 수주계약은 근로시간 단축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주 52시간 체제로는 제때 납품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력 충원도 쉽지 않아 공장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생산량이 유지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재경 대구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지역 제조업체들은 근로시간 단축을 사전에 준비해온 덕분에 큰 혼란은 없지만 긴급상황 발생 때 대응방안과 생산성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며 "근로자들도 근로시간 감소에 따른 실질임금 하락을 감수해야 하는데 따른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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