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의촌 유감

송도영 대구파티마병원 과장(진단검사의학과)

대학이 긴 방학에 들어갔다. 기말고사를 치룬 대학생들은 휴식도 잠깐, 스펙관리와 아르바이트로 학기보다 더 바쁘게 보내고 있는 것 같다. 40여 년 전 많은 의대생들은 짧은 여름방학동안 무의촌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예방의학 수업에서 배운 농촌마을의 의료현실을 접하고, 선배의사들의 진료를 도와 임상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밤을 지세우며, 선후배와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막연하기만 했던 꿈을 구체화시키는 모멘텀을 만들기도 했다. 1983년 경상남도 창녕군 도천면에 공중보건의사가 배치된 것을 끝으로 무의촌이 없어지면서, 봉사활동도 아쉬움을 남기고 중단되었다.

 그런데 최근 무의촌이 부활하고 있다. 의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농촌 인구가 급격히 줄어서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이 늘고 있다. 지난해 전국 81개 군에서 아기가 300명도 태어나지 않았고, 산부인과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곳이 52곳이나 된다. 분만 취약지에 산부인과 설치·운영을 지원하는 것을 비롯해 2006년부터 126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저출산 관련 사업에 쏟아 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임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은 2017년 1.05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결혼 및 가족에 대한 가치관 변화와 여성 교육 수준 향상 및 경제활동 참여율 증가, 저성장 속에서의 저소득과 고용 불안,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보육환경과 교육비 부담 때문에 출산을 꺼리고 있다.

앞 세대가 땀 흘려 채운 곳간을 우리세대는 잘 관리해서 다음 세대에 넘겨주어야 한다. 흥청망청 쓰면서, 다음 세대에 빚만 떠넘기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아야한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어떻게 하면 비어가는 곳간을 채울까하는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치 ‘누가 돈을 많이 푸는가.’ 하는 경진 대회를 하는 것 같았다.

문재인케어가 의료계의 화두다. 비급여를 급여화해 소비자의 의료비 지출을 줄이겠다는 것이 그 요지다. 재정마련을 위한 적정부담, 예상되는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와 의료산업의 위축에 대해서 고민한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정부는 지금까지의 저출산 대책들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인구절벽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우리보다는 다음 세대의 어깨를 가볍게 해 줄 수 있는데 초점을 맞추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