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저임금 올랐지만 실질임금 별반 다르지 않아"…성서산단 노동자 250명 설문조사

민주노총 "상여금 줄이거나 각종 수당 삭감해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노동계 "최저임금법 개악안 재논의해야"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3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3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서공단 노동(최저임금 무력화 실태조사'를 발표하며 "근로기준법 개악을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김근우 기자

대구 성서산업단지 한 식품가공업체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A(55·여) 씨는 올 들어 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최저임금이 오른 대신에 통상 6개월마다 기본급의 200%가 나오던 상여금이 모두 삭감됐고, 교통비도 5만원이 줄어든 탓이다. 수당이 지급되던 잔업과 주말근무도 모두 사라졌다. A씨는 시간당 급여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16.4% 오른 7천530원을 받게 됐지만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오히려 줄었다.

A씨는 "달라진 급여에 맞춰 소비와 저축 계획을 모두 바꿨지만 여전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처지"라며 "7년이나 근무했는데 회사 측은 직원들의 동의도 없이 안내문 한 장으로 근로조건을 바꿨다"고 한숨을 쉬었다.

올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됐지만 수당이나 상여금을 조정하는 등의 편법들이 판치면서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총이 최근 한달 간 성서산업단지에 근무하는 노동자 25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성서공단 노동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이곳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220여만원으로 지난해 평균 213만원보다 3.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시급은 지난해(6천757원)에 비해 14.9% 오른 7천766원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명목임금은 다소 오른 것이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3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3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서공단 노동(최저임금 무력화 실태조사'를 발표하며 "근로기준법 개악을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김근우 기자

그러나 기본급 대비 평균 상여금은 지난해보다 40%포인트 줄어든 77%에 그쳤다. 상여금을 아예 받지 못한 노동자도 57.3%로 지난해(49.3%)에 비해 8%p나 증가했다.

심지어 응답자 중 5%는 올 들어 상여금이 모두 사라졌다고 답했다. 이 밖에 출근 시간을 1시간 앞당겨 석식을 없앴거나 공휴일과 명절에 강제로 연차를 쓰도록 종용했다고 응답한 이들도 있었다.

김희정 성서공단노조위원장은 "최저임금으로 인상된 명목임금보다 삭감된 상여금이 더 많을 정도로 최저임금 인상이 무력화되고 있다"면서 "노동당국은 적극적인 근로감독과 현장지도에 나서고, 국회는 실질 임금을 줄여버린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재논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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