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해진 중앙 정부 편중 인사] 김부겸 빼면 'TK 패싱'

정권 초기 장차관급 114명 중 지역 출신 11명…고용부, 금융위 등 4개 기관 1급 1명도 없어

文정부 집권 2년차, TK출신 인사 패싱 가속화
文정부 집권 2년차, TK출신 인사 패싱 가속화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에서 대구경북(TK) 출신 인사 배제가 뚜렷해지고 있다. 중앙 부처, 공공기관 등에서 정권 지지 기반인 부산·경남(PK), 호남 출신은 대거 약진했지만 지역 출신은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여당의 지방선거 압승에 따라 특정지역 편중 인사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장관부터 1급 이상 고위공무원까지 'TK 몰락'

현재 1기 내각 18개 중앙부처 장관 가운데 TK 출신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지역별로는 부산·경남(PK·5명)과 수도권(5명) 출신이 가장 많고 호남(3명), 충청(3명) 순이다.

이른바 'TK 홀대론'은 현 정권 초기부터 불거졌다. 초대 내각 장'차관급 인사 114명 가운데 대구경북 출신은 11명이었으나 호남은 31명, 부산·울산·경남은 28명이었다.

매일신문이 주요 12개 부처 1급 이상 공무원 인사를 살펴본 결과 일부 부처에선 TK 출신이 사실상 전멸했다.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4개 기관에서는 TK 출신 1급 인사가 단 한 명도 없다.

고용노동부는 장·차관 포함 고위직 8자리 중 TK 출신이 전무하다. 지난해 9월 고용부는 고위공무원 가급(1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서울과 부산 출신 각 2명, 강원·광주·충북·충남 출신 1명씩을 실장급에 임명했다.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TK 출신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금융위 1급 5명 중 PK 출신은 2명이고 서울·경기 2명, 호남 1명이다. 공정위 역시 1급 4명 중 3명이 호남 출신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장·차관 포함 1급 이상 고위직 12명 중 5명(41.7%)이 PK 출신이다. 국토교통부 역시 1급 9자리 중 호남 4명, 서울과 충남 각 2명이 자리를 차지했다.

그나마 전통적으로 TK 출신이 강세를 보여온 기획재정부에서도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1급 6명 중 이찬우 차관보(영덕), 구윤철 예산실장(성주) 등 2명만 버티고 있다.

지역의 미래 자산인 국·과장급 인사에서도 TK 출신은 요직에서 밀려나 향후 장·차관급에 오를 만한 인사가 없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나라 곳간의 열쇠를 쥔 예산실 같은 주요 부서에선 국·과장급 홀대가 두드러져 TK 출신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부처 핵심관계자의 설명이다. 행정안전부에서도 과거 TK 출신이 크게 활약했던 지방재정경제실의 경우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최소한의 산술적 균형을 맞춘 지역 안배 인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부처 한 국장은 "기재부 예산실은 구윤철 예산실장 이후로 TK 출신의 대가 끊긴 걸로 알고 있다. 힘 있는 분야에 전문가로서 명맥을 이어나갈 후배들이 없는 것"이라며 "자타가 공인하는 인물로 자리잡지 못한다면 지역 출신들의 인사 불이익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장 인사마저도 'TK 패싱'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공공기관장 인사에서도 TK 출신은 공공연하게 배제된 채 서울과 부산경남, 호남 위주로 편중됐다.

공공기관장 152명(올해 5월 기준) 중 약 23%인 35명이 서울, 경기 출신이며 호남과 PK가 각각 34명(22.3%), 32명(21%)으로 그 뒤를 이었다. 충청은 26명(17%)으로 파악됐다. 반면 대구 출신은 3명(1.9%), 경북 출신은 14명(9.2%)에 그쳤다. TK 출신을 모두 더해도 호남의 절반에 불과하다.

일부 부처 산하 공공기관에서는 TK 출신이 전멸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에선 경북 2명, 대구 1명인 가운데 충북 6명, 부산 4명, 서울 3명 등으로 파악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에서는 호남 5명, 서울 4명, PK 4명으로 집계됐으나 대구와 경북은 각 1명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 역시 서울 4명, 호남 3명, PK 2명, 충청 2명이 임명됐으나 TK 출신은 경북 1명에 그쳤다. 또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에서는 경남, 전북, 충남, 충북 출신만 임명됐다.

현 정부 들어 중도하차하거나 사의를 밝힌 TK 출신 공공기관장도 속출한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임기 절반 이상을 남겨둔 황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경북)이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대구)이 갑작스레 사퇴했다.

아울러 지난 1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 이관섭 사장(대구)이 절반 이상의 임기를 남기고 사임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경북) 역시 임기를 2년이나 남겨둔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자리를 내려놓았다.

◆개각 앞두고 TK 출신 등용 여부 촉각

현 정부 출범 이후 TK 출신 인사 홀대 논란이 거센 가운데 추가 인선에 지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개각은 공석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임명하는 '원포인트 개각'이나 3~4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소폭 개각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김부겸 행안부 장관의 당권 도전 여부다. 더불어민주당의 8·25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장관이 당 대표 출마 뜻을 내비친 가운데 김 장관이 내각에서 빠질 경우 장관 후보군을 다시 물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김 장관이 문 대통령의 개각 대상에 오른다면 18개 중앙부처 장관 가운데 TK 출신은 한 명도 남지 않게 된다.

지역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고 해서 특정지역 인사만 계속 중용해서는 국정 추진동력을 얻을 수 없다"며 "출신 지역을 따지지 않는 인사 탕평책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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