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내버스·택시 '친절기사' 선정 골몰하는 대구시, 실효성은 "글쎄요"

900여명 선정해도 매년 불친절 신고 건수는 늘어…선정 후 검증시스템 부재

대구시가 시내버스와 택시의 친절 수준을 높이고자 ‘친절기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객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에 불구하고 불친절 민원 신고는 도리어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이달 들어 '달구벌 친절택시'와 '시내버스 친절왕' 선정에 들어갔다. 스마트폰으로 버스와 택시 내부에 부착된 QR코드를 찍어 전송하면 다수 추천자를 친절기사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택시는 120달구벌콜센터를 통한 전화 추천과 친절 사연 감동 수기도 곁들였다. 친절 기사에 선정된 기사는 20만~3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고, 소속 업체의 서비스 평가에 일부 반영된다. 

대구시는 지난해 친절 택시기사로 1만1천23건의 추천을 접수해 160명을 친절기사로 선정했다. 수기 공모 등을 통해 선정한 40명을 더하면 모두 200명이 친절기사로 최종 선정됐다. 시내버스기사는 7만8천301건의 추천을 바탕으로 760명의 친절 기사로 선정, 발표했다. 

그러나 해마다 쏟아지는 친절기사에도 불구하고 친절 수준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대구 택시기사의 불친절 신고는 2015년 728건에서 2016년 1천406건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도 1천382건이 접수됐다.

시내버스 불편 민원 역시 증가 추세다. 시내버스 불편 민원 신고는 지난 2013년 557건에서 206년 1천641건으로 크게 늘었고, 지난해에도 1천194건이 들어왔다.

따라서 친절 기사 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선정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3년째 택시를 운전 중인 신모(43) 씨는 "이런 제도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동료들도 친절 택시기사에 관심이 별로 없다"며 "차라리 현재 유명무실한 친절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편이 훨씬 더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QR코드를 이용한 선정방식이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노년층을 소외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 이모(76·서구 비산동) 씨는 "노인들은 QR코드가 뭔지도 잘 모른다. 버스에 붙은 홍보물을 보고 추천해볼까 싶었지만 어려워서 이내 포기했다"고 푸념했다.

전문가들은 평가 방법을 다양화하고 친절기사 선정이 실제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영근 영남교통정책연구원장은 “친절 기사가 정말 친절한 지 검증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실제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친절기사로 뽑혔더라도 흠결이 있는지 파악하는 등 근본적인 검증을 강화하겠다"면서 "친절기사 홍보 강화와 함께 교육도 보강하는 등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친절도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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