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손발 따로 노는 문 정부, 민심은 언제든 떠나갈 수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확대 등 ‘부자 증세’ 방안을 놓고 문재인 정부 내 혼선이 심각하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종합부동산세, 금융소득종합과세, 주택임대소득세를 동시에 실시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으나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즉각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내각을 배제한 청와대의 일방통행이 낳은 파열음이다.

재정개혁특위와 기재부가 충돌하자 청와대는 “재정특위 방안은 권고안에 불과하다”고 했다. 전형적인 책임 회피다. 권고안이라면 재정개혁특위가 공개하지 말았어야 한다. 기재부가 타당성을 판단하도록 비공개로 ‘권고’만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자 증세’를 할지 말지는 기재부가 결정할 일이기 때문이다. 확정되지도 않은 권고안을 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증세는 극도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번 권고안이 나오기까지 과정은 한마디로 ‘불통’이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확대는 공청회도 하지 않았다. 특위의 논의 과정에서도 금융소득 증세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중산층과 은퇴자의 세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와대와도 충분한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한다. 특위, 청와대, 기재부 모두 따로 논 것이다.

이런 ‘제 팔 제 흔들기’는 이번만이 아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놓고 총리와 고용부장관이 그랬고, 반도체 공장 정보 공개를 놓고 고용부와 산자부가 그랬다. 내각이 배제되는 일도 이번만이 아니다. 법무부가 발표해야 하는 대통령 개헌안을 대통령의 비서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발표했다. 혼선을 넘어 월권이었고 ‘위헌’이다.

대통령 임기 말년에나 벌어질 일들이 집권 1년을 갓 넘긴 시점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이런 일이 더 반복되면 민심 이반은 시간문제다. 공교롭게도 고공 행진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60%대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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