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있은 임종식 경상북도교육감의 취임 이후 첫 기자회견 질의응답 시간은 온전히 15분 정도였다. 질문은 5개였다. 어떤 질문과 답이 나왔는지 대강이라도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짧았다. 오전 11시에 시작한 기자회견은 11시 25분이 채 안 돼 마쳤다.
"시간 관계상 이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는 말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여기저기에서 나지막하게 들려온 "시간 관계라니 아니, 이게 무슨…"이라는 불평 섞인 항의를 듣고서야 기자회견이 끝난 걸 알았다.
50명이 넘는 기자들은 사진 배경용 들러리 역할을 해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와대 시절 데자뷔라 해도 할 말 없을 정도였다. 손을 재깍재깍 들어 적극적으로 질문하지 않은 기자들 탓도 있다. 그러나 경북도교육청 공보관실의 해명은 궁색하다 못해 아연실색 자체다.
"그때(11시 25분쯤) 마쳐야 배식하고 밥 먹을 시간인 12시에 맞아서…."
그렇다면 기자회견은 애초부터 11시에 시작해선 안 됐다. 취임 직후 교육감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면 부끄러움은 경북도교육청 출입기자들의 몫이다.
경북도교육청은 왜 이런 기자회견을 진행한 걸까. 다른 정부기관과 달리 경북도교육청의 점심시간 시작은 11시 40분부터다. 전체 인원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없어서 시간을 쪼개 순서대로 먹는다는 해명도 나온다. 경북도교육청 안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400명, 테이블 좌석 수는 200석이다.
그러나 이런 사태는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경북도교육청은 매달 한 차례 각 부서가 돌아가면서 기자브리핑을 열어 브리핑을 겸한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자료 설명에 질의응답까지 20~30분이면 끝난다. 매번 점심시간에 맞춰 곧바로 식사하는 자리로 이동한다.
김영란법 시행 직후 각 부서별로 기자브리핑에 들어간 비용이 얼마인지 자료를 요청해 받은 적이 있다. 놀랍게도 회당 100만원씩이었다. 각 부서별로 회당 100만원씩 기자님들 밥 먹이는 데 혈세를 들였다는 것이다.
교육감의 첫 기자회견 질의응답 시간이 시간 관계상 15분에 그친 건 우연이 아니다. 이쯤 되면 밥이 우선이다. '오래된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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