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세영의 31언더파, 얼마나 대단한 기록일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72홀 기준)에서 ‘마의 기록’으로 여겨져오던 30언더파가 깨졌다. 이를 깬 선수는 '빨간 바지의 마법사'로 불리는 김세영(25).

김세영은 9일(한국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오나이다의 손베리 크리크(파72·6천624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총상금 200만 달러) 대회에서 최종합계 31언더파 257타로 우승했다.

이는 2001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2016년 자신이 세운 72홀 최다 언더파 기록인 27언더파를 훌쩍 뛰어넘어 LPGA 투어 역사에 깊이 새긴 기록이다. LPGA 투어에서 30언더파를 넘긴 선수는 김세영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빨간 바지의 마법사’ 김세영이 부린 ‘31언더파의 마법’은 얼마나 대단한 것일까. 72홀 31언더파는 남자 투어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도 단 한 차례밖에 나오지 않은 대기록이다. 2003년 어니 엘스(남아공)가 메르세데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세웠다.

33언더파 기록이 나온 적도 있지만 이는 팻 페레스(미국)가 2009년 5라운드로 열린 봅호프 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세운 기록이어서 비교 대상이 아니다.

때문에 이는 프로 선수들에게도 존경과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업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김은지 KLPGA 프로는 “31언더파는 한마디로 경이로운 숫자다. 이 기록은 깨기 쉽지 않을 것이고 깨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는 선수들에게 ‘31언더파도 현실 가능한 기록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신세계를 보여준 대단한 업적”이라고 치켜세웠다.

'골프장 덕을 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번 대회가 열린 손베리 크리크 골프장의 코스가 공략하기 쉬워 좋은 기록이 나온 것 아니냐는 얘기다. 물론 완전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 LPGA 투어에서 일반적으로 우승도 가능한 기록인 15언더파를 친 선수가 이번 대회에선 공동 20위에 그쳤을 정도였다.

그렇다 해도 김세영이 세운 31언더파 기록을 폄하할 수는 없다. 이번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의 최종합계는 22언더파 266타로 김세영보다 무려 9타나 차이 나기 때문이다.

실제 시간다는 경기 후 "나는 대회 내내 만족스러운 플레이를 펼쳤다. 여기서 내가 더 보여줄 것은 없었다"고 말하며 김세영의 믿을 수 없는 기록을 인정했다.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인 캐서린 커크도 이날 ESPN을 통해 "김세영은 경이로운 플레이를 펼쳤다"고 했고, 뉴질랜드 교포 선수인 리디아 고는 “한마디로 미친 플레이였다"하며 김세영을 극찬했다.

김은지 프로는 “이번 대회에서 대체적으로 기록이 좋았던 건 사실”이라며 “아무리 공략하기 쉬운 코스의 골프장이라 하더라도 31언더파는 나오기 힘든 스코어”라고 말했다.

김세영은 72홀 최다 언더파 기록과 함께 역대 최저 타수 우승 기록도 함께 세웠다. 최종합계 257타로 우승한 김세영은 카렌 스터플스(미국)가 2004년 세운 종전 투어 72홀 최저타 기록인 258타(파70·22언더파)보다 1타 더 줄였다.

PGA 투어의 최저타수와는 차이가 난다. PGA 투어 기록은 지난해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소니오픈에서 세운 253타(27언더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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