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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좋은 대구] 코바체프 "깨끗하고 편안해…아예 여생 보내고 싶은 곳"

정주여건 뛰어나고 나만의 개성을 즐길 수 있는 대도시, 대구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인 줄리안 코바체프(Julian Kovachev)는 대구에 대한 무한한 애착을 갖고 있다. 불가리아 태생으로 독일 국적을 가지고 있고, 이탈리아 루카에 집을 뒀으며, 전세계 유명 도시를 돌아다니며 연주활동을 펼치는 그가 유독 동양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 그 중에서도 대구라는 크게 이름 알려지지 않은 낯선 도시에 매력을 느낀 것은 무슨 이유일까?

물론 그의 공연이 연일 전석 매진 세례에, 공연이 끝나면 커튼콜이 쇄도하고 있고, 연주 중 쓰러진 그를 살려 낸 곳이기도 하니 애정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의 유난스런 대구 사랑은 2014년 4월 처음 대구와 인연을 맺을 때부터 이미 시작됐다. 그는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이미 "대구는 깨끗하고 편안하고 조용하고 여유로움을 주는 도시"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다. 대도시의 편리함은 누리면서 특유의 번잡스러움은 훨씬 덜한 곳이기 때문이다.

벌써 4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대구를 사랑한다. 그는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동네 주민들과 매일 인사를 나누고, 커피를 마시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여가를 즐기기에도 크게 부족함이 없다. 그는 자신의 연주가 없을 때는 대구 곳곳의 공연장과 전시회장을 돌아다니고, 테니스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두류공원도 자주 찾는다. 코바체프는 "대구와 인연을 맺은데 대해 감사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욱 오래 머물고 싶다"며 "아예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남은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했다.

대구지역 대표 관광명소인 수성못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수성못에는 수상무대를 비롯한 각종 공연을 할 수있는 무대가 네곳이나 마련돼 시민들이 산책을 하며 공연을 즐길수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대구지역 대표 관광명소인 수성못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수성못에는 수상무대를 비롯한 각종 공연을 할 수있는 무대가 네곳이나 마련돼 시민들이 산책을 하며 공연을 즐길수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수 있는 도시

과연 살기 좋은 도시란 어떤 곳일까?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서는 ▷자연환경이 쾌적하고 경제 수준이 높은 곳 ▷도시 고유의 매력과 특성을 유지하는 곳 ▷적정 규모의 인구가 거주하는 곳 ▷낮은 범죄율과 정치적 안정으로 사회적 안정성이 높은 곳 ▷교육, 의료, 보건, 문화, 주거 환경, 행정 서비스 등 각종 편의 시설이 분포하는 곳 등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는 여기에 중요한 조건이 하나 더해졌다. 바로 '삶의 질'이다. 삶의 질은 주관적 잣대로 주변 환경에 대해 느끼는 개인적 행복감을 칭한다. 내 삶을 편안하고 즐겁게 지탱해주고 내 가족이 안전하게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며, 더불어 여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곳을 일컫는다.

높은 '삶의 질'을 위해서는 의식주를 기반으로 잘 구성된 커뮤니티가 뒷받침되야 한다. 거창한 인프라나 관광ㆍ산업 기반 시설 확충 만이 답이 아니다. 커피 한잔과 함께 브런치를 즐길만한 예쁜 공간이 있고, 주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뛰어놀 수 있는 공원이 있으며, 함께 모여 영화를 보고 책을 읽은 소감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 등의 생활 속 소소한 요건들이 잘 갖춰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대구는 상당히 '매력적인' 도시다. 매일신문 창간 72주년을 맞아 구글을 통해 SNS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구에서 태어난 사람들과 다른 도시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 모두 대구의 정주 여건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입맛대로 선택 가능한 다양한 카페와 식당들도 곳곳에 즐비하다. 산업 기반이 약한 대신 자영업자가 넘쳐나면서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 등이 경쟁적으로 인테리어와 맛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외식을 즐기는데서 오는 부담이 서울ㆍ수도권 등 여타 대도시에 비해 적다.

대구지역 대표 관광명소인 수성못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수성못에는 수상무대를 비롯한 각종 공연을 할 수있는 무대가 네곳이나 마련돼 시민들이 산책을 하며 공연을 즐길수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대구지역 대표 관광명소인 수성못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수성못에는 수상무대를 비롯한 각종 공연을 할 수있는 무대가 네곳이나 마련돼 시민들이 산책을 하며 공연을 즐길수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편리하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도시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 민주희 과장은 대구로 이사한 이후 "근교에 자녀들과 함께 나들이 할 수 있는 곳이 많아 좋다"며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교통망이 뛰어난 대구는 주요 광역도로가 8개 시군으로 연결되는 8개 축 17개 노선에 달한다. 덕분에 경산과 칠곡, 청도, 영천, 포항, 합천, 거창 등 경상남북도의 여러 시군 과 1시간 이내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예로부터 교통요충지였던 대구는 전국 어디서 와도 연결성이 좋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대구의 장점으로 첫손에 꼽은 것이 바로 '편리한 교통'이었다. 현재는 무려 7개 고속도로가 연결돼 있으며 경부선 KTX 고속철도 등 전국 어디로든 우수한 접근성을 자랑한다.

도시 내부 교통망도 잘 형성된 편이다. 대구는 2011년과 2012년, 2015년 국토교통부 주관 도로정비 평가 특별광역시도 최우수기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메조소프라노 손정아(39) 씨는 "공연을 위해 전국의 많은 도시를 다니지만 대구만큼 도로가 넓고 잘 정비된 곳은 흔치 않다"며 "더구나 대체로 건물과 도로가 깨끗한 편이어서 대구를 찾는 많은 성악가들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며 칭찬을 하곤 한다"고 했다.

작은 병의원급에서부터 대형 종합병원까지 나와 내 가족이 응급 상황에 처했을 때 충분한 치료을 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도 가까이 있다. 여름이 워낙 무더워 에어컨 없이는 견디기 힘든 점만 뺀다면 나와 내 가족의 목숨을 위협하는 자연재해도 크지 않은 도시다.

특히 최근 큰 사회문제화 하고 있는 미세먼지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분석한 지난해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살펴본 결과, 대구는 제주를 제외한 16개 시도 중 부산, 울산과 함께 미세먼지가 나쁨 혹은 매우나쁨이었던 날이 10일로 가장 적었다. 미세먼지가 나쁨 혹은 매우나쁨으로 집계된 날은 광주가 22일, 서울은 22일, 인천 23일, 경기는 무려 37일에 달했다. 초미세먼지 역시 상대적으로 상호한 편이었다. 지난 한해 대구의 초미세먼지가 나쁨 혹은 매우나쁨으로 나타난 날은 45일로, 서울의 64일, 울산의 71일, 경기 94일, 전북 98일에 비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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