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에 눈이 밝은 부인을 둔 어느 지인의 집에 초대를 받아 저녁 식사를 할 때였다. 그런데 '거실 안에 있는 부엉이 세 마리를 찾아보라'는 뜬금없는 주문을 하는 것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부엉이 액자가 벽에 걸려 있었고, TV 장식장 옆에 커다란 부엉이 저금통이 하나 있었다. 그뿐이었다.
그때 껄껄 웃던 지인이 "진짜 부엉이는 여기 있다"며 부인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장손 집안에 시집을 와서 아들을 낳아 대를 잇고 조상 제사를 모시며 궁색하지 않을 만큼 재산을 늘리고 있으니, 이보다 더 귀한 부엉이가 어디 있겠느냐"는 반문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엉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숱하다. 귀족의 문화는 물론 서민의 일상생활 속에도 부엉이는 다양한 형상으로 녹아 있었다. 부엉이는 특히 부(富)의 상징이었다. 지난날 경주 최부잣집은 초인종도 부엉이 소리통이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의 거상 임상옥의 창고를 '부엉이 굴'이라고 불렀는데, 그곳에는 천하의 진귀한 물건들이 그득했다고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우리 주변에는 화수분같이 재물이 그치지 말라는 염원에서 부엉이 저금통이 많았는가 보다. 그것은 부자가 되는 꿈을 대변하기도 했지만, 근검절약 정신을 담고 있기도 했다.
야행성인 까닭에 부엉이는 동양권에서 더러는 흉조로 여기기도 했지만, 농경사회에서 벗어난 요즈음은 아무래도 재물과 행운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서양에서 부엉이는 지혜의 상징이었다.
특히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는 말을 남긴 이후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일이 끝난 황혼 녘에 가서야 지혜로운 평가가 가능해진다는 철학적인 용어가 되었다. 고대 로마 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가 황혼 녘 산책을 즐길 때마다 부엉이를 데리고 다녔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한여름에 들어선 한국 사회에 난데없는 부엉이 타령으로 시끄러웠다. '친문재인계' 의원들이 소위 '부엉이 모임'을 만들었다가 해체하는 소동의 여파 때문이다. 아직은 정권의 아침나절인데 벌써 이렇게 호들갑이라니,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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