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처음부터 그럴 작정이었다는 의심 드는 한미 훈련 폐지

북한 비핵화 대화의 원활한 추진이란 명분으로 유예하기로 했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결국은 폐지될 전망이다. 정부가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프리덤가디언(FG)과 연계해 실시해온 을지훈련을 분리해 한국군 단독 지휘소 연습(CPX)인 태극훈련과 연계한 ‘을지태극연습’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976년 을지포커스렌즈(UFL)로 시작된 UFG는 폐지 수순으로 들어가게 됐다. 이와 함께 정부는 올해 을지훈련도 FG의 중단으로 단독 실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역시 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안보 불안은 물론 문재인 정부의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문 정부는 UFG를 잠정 중단한다고 했다. 그러나 드러난 현실은 폐지다. 이는 문 정부가 속으로는 UFG의 폐지를 결정해놓고, 잠정 중단이라고 거짓말을 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을지훈련을 중단한 이유도 뚜렷하지 않다. 그 이유의 하나로 정부가 밝힌 것이 “최근 조성된 여러 안보 상황”이다. 북미 정상회담 합의의 이행을 위한 후속 실무회담을 감안했다는 소리로 들린다. 하지만 실무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는 전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 미국의 CVID 요구를 “강도적”이라고 비난한 북한의 자세로 보아 추후 회담에서도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로이 블런트, 조니 어니스트 등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한미 연합훈련 재개를 거론하고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CNN은 미국 정부 내에서 늦어도 8월까지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가 없으면 한미 훈련을 재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문 정부는 북한의 요구대로 한미 훈련을 중단하면 북한이 비핵화에 선선히 응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북핵은 그대로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훈련의 폐지는 물론 한국 단독 훈련까지 중단하는 것은 안보 자해다. 문 정부는 제발 현실감을 회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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