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 교육 부모됨의 길을 묻다] 부모가 필요할 때, 부모교육이 필요할 때

황경자(학남초 교장)
황경자(학남초 교장)

올해 초 초등학교 빈 교실을 활용한 어린이집 설치 여부가 사회적 이슈가 된 적 있었다. 그리고 지난 4월 교육부에서는 초등 돌봄의 공백을 메우고자 2022년까지 학교 돌봄을 현재 24만 명에서 10만 명을 더 늘리겠다고 온종일 돌봄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의 마을 돌봄 증원 계획 인원까지 합하면 초등학생 53만 명의 온종일 돌봄이 가능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과연 자녀들이 원하는, 자녀들에게 필요한 돌봄이 무엇인지 말이다. 물론 살림살이가 만만치 않기에 더 노력하여 가계에 보탬이 되려고,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힘겹게 살아간다는 것 또한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자녀가 부모와 함께 있기를 원하는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 중학생만 되어도 부모와 함께 나들이 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부모와 자녀 간의 소통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자녀가 조금 더 자라면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며 대화를 하려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자녀를 자꾸만 시설로, 학원으로, 프로그램 안에 가두려 한다.

우리의 자녀들은 그저 엄마 아빠와 함께함이 그립다.

인생사 모든 일에는 '시기'가 중요하다. 때를 놓치고 뒤늦게 자녀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려 한들 이미 때는 지나가버렸고 자녀는 저만큼 멀어져 있다면 무엇으로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그 수준에 맞게 부모도 성장 노력을 부단히 해야 함은 매우 중요하다.

자녀의 도덕성 발달에 절대적 영향력을 주는 요인은 어릴 적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이다. 사랑받은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다. 그래서 자녀에게 끝없이 사랑하고 있음을 표현해야 한다. 또한 인간은 결코 혼자 살아 갈 수 없다. 나만 바르게 살고, 내 자녀만 바르게 키운다고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이웃과 함께 동시대를 행복하게 살아가야 한다. 그러기에 우리 자녀들이 사랑하고 감사하며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을 키워 주어야 한다.

오래 전 외국의 교육기관들과 마을 환경을 돌아 볼 기회가 있었다. 마을 공원에 많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어울려 공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터라 지역사회 프로그램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많은 아빠들이 자녀들과 공놀이를 하며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었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평일 저녁에 아빠와 자녀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의 합의가 너무도 부러웠다.

어떠한 형태로든 부모는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대화와 눈맞춤으로 자녀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 아니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제도를 개선하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그 중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 '아이 때부터 부모교육 실시'이다.

부부가 되고 부모가 된다는 것은 하늘로부터의 축복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가 되어 가정을 세운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한 의미와 책임감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 우리는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하고 인성에 바탕을 둔 유치원,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도덕성 발달과 교육의 출발점은 부모이고, 가정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이후 5차, 6차로 변하더라도 인간다움의 가치는 불변일 것이며, 그 출발점은 부모이자 가정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결혼과 임신, 출산 때가 되어야 부모와 가정의 의미를 깨닫게 할 것이 아니라 학교 교육과정에서 부부와 부모의 의미, 가정의 소중함을 가르쳐야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부부, 좋은 부모, 행복한 가족이 되는 것인지를 가르쳐야 한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이끌어 갈 우리의 모든 자녀들이 건강한 부부가 되고, 행복한 부모가 될 수 있는 사회 구조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황경자(대구학남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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