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보겸' 몰라?" 얼마 전 초등학생인 딸과 대화를 나누다 요즘 인기 있는 동영상 이야기가 나왔다. 딸은 또래 사이에 '보겸'이라는 유튜버가 중계하는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 영상이 '핫'하다고 했다.
게임 플레이 영상을 주로 올리는 이 유튜버는 최근 구독자 수만 230여만 명으로 게임 유튜버 중 1위를 차지한 인물이다.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에다 한 해 수입만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야흐로 '갓튜브'(God과 Youtube 의 합성어) 세상이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그렇다. 어른들이 네이버를 통해 정보와 오락 등을 충족했다면 요즘 세대는 유튜브를 통해 이를 해결한다. '아이는 부모가 낳고 유튜브가 가르친다'는 우스갯소리가 회자할 정도다.
유튜브의 위력은 'Z세대'(1995~ 2009년에 태어난 세대)에 잘 나타난다. 이들은 어느 세대보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다. 또 TV보다 유튜브의 1인 방송을 선호한다.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1위가 연예인이 아닌 유튜버라는 조사만 봐도 유튜브의 영향력을 실감한다.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앱 조사기관 와이즈앱이 국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을 표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유튜브 총 사용 시간은 257억 분으로 한국인들이 많이 쓰는 모바일 앱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 사용 시간은 179억 분, 네이버 126억 분, 페이스북 42억 분에 머물렀다. 'Z세대'의 유튜브 사용 시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11월 기준 10대들의 유튜브 사용 시간은 127억 분으로 카카오톡(43억 분), 페이스북(33억 분), 네이버(23억 분)를 모두 합한 시간보다 길다.
주목할 것은 이런 경향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3월만 해도 국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은 한 달에 카카오톡 189억 분, 네이버 109억 분을 사용했고 유튜브는 79억 분에 불과했다. 2년 만에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무한질주하는 유튜브를 보면서 부모로서 걱정거리가 더 생겼다. 유튜브 속 수많은 가짜 정보나 유해성 콘텐츠 등에 아이들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서다. 그리고 개인 유튜버들이 제작한 영상 중에는 비속어나 욕설 등이 거리낌 없이 나오는 것이 많다.
한 예로 '앙기모띠'를 들 수 있다. 최근 초등학교 교실에 가면 '앙기모띠'가 유행어처럼 쓰인다. 이 용어는 한 인기 유튜버가 전파한 것으로 기분 좋다는 일본어 '기모찌'를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문제는 이 용어가 일본 음란 동영상에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유튜브 영상에서 나오는 부적절한 표현을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가 적잖다. 비슷한 주제 영상이 이어지는 알고리즘으로 인해 정보 편향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고 유튜브를 무작정 규제하고 비난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한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유튜브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고 정보와 오락 창구로, 학습의 장으로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실제 유튜브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도 많다.
어른들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유튜브의 긍정적인 면을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요소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는 개인에게만 맡길 문제도 아니다. 민관 가릴 것 없이 방법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유튜브를 어떻게 현명하게 활용하도록 만들까. 이 물음은 유튜브 세대를 키우는 우리 어른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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