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대구 달서구 감삼동 한 폐자원 수집업체. 작업장에서 나는 망치소리가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또렷하게 들렸다. 이 곳은 153가구가 사는 아파트와 인접해 주민들의 민원이 잦다. 실제로 이날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는데도 창문을 열어둔 집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열린 창문으로 시끄러운 작업소음이 고스란히 들어오기 때문이다.
주민 이모(43) 씨는 "평일이나 주말을 가리지 않고 뭔가를 부수는 소리에 잠을 설칠 때가 많다. 소음도 심하고 먼지도 많이 날려 주민들 사이에서 악명 높다"고 하소연했다.
주거·상업 지역이 차츰 넓어지면서 과거 도심 외곽에 있던 갖가지 기피시설이 주택가와 가까워지면서 곳곳에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폐자원 수집업체는 대표적인 주민기피시설로 꼽힌다. 고철이나 폐품을 옮기거나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적지 않아서다. 폐자원 수집 특성상 주변 환경이 청결하지 않은 점도 갈등을 빚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가축 분뇨나 주유소에서 풍기는 냄새도 원성이 높다. 북구 산격동 한 빌라 주민들은 기름 냄새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주유소와 20m 거리 내에 50여 가구가 밀집해 살고 있다. 한 주민은 "기름냄새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지독하게 풍긴다"면서 "아예 이사를 갈까 고민 중"이라고 푸념했다.
동구 사복동 한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400m 가량 떨어진 축산농가에서 풍기는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주민 김모(32) 씨는 "날씨가 더워지거나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분뇨 냄새가 너무 심해서 창문을 못 열 정도"라며 "새로 조성된 택지인데도 이렇게 축사가 가까울 줄 몰랐다"고 했다.
주민들은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지만 뾰족한 대책은 찾기 어렵다. 주거지역 내 사업장의 경우 주간 기준 55㏈ 이상의 소음을 내면, 과태료 부과와 개선명령을 할 수 있지만 소음이 지속적으로 나진 않기 때문에 단속도 쉽지않다.
게다가 주거단지가 개발되기 전에 영업 허가를 받은 경우, 주변에 주택가가 들어서도 영업을 계속할 수 있어서 강제 이전 조치도 불가능하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자원수집업체의 작업 소음은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소음 측정을 해도 단속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업주들은 합법적으로 영업을 하는데도 주민 등쌀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했다. 폐자원 수집업체를 운영하는 차모(51) 씨는 "소음이 심한 알루미늄이나 고철을 싣거나 내릴 때 최대한 조용히 작업하려고 노력한다. 월세에 인건비까지 감당하려면 주말이나 밤에도 쉴 수 없다"고 토로했다.
김재익 계명대 도시학부 교수는 "도시개발 과정에서 기존 기피시설과 주거지가 공존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에만 신경 쓴 결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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