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문재인과 이재용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10일 자 상당수 신문 1면을 장식한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만남이었다. 문 대통령이 삼성 총수이자 국정농단에 연루돼 재판 중인 이 부회장을 처음 만난 만큼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인도 삼성전자 공장 준공식에서 이뤄진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대면, 그리고 이 만남의 주선자 격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나란히 찍힌 사진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이 차에서 내리자 5초 동안 네 차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폴더 인사'란 말까지 나왔다. 이 부회장과 삼성이 처한 어려운 상황이 오버랩 되면서 여러 해석이 뒤따랐다. 국정농단 특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수차례 공개 소환됐다. 재벌 망신주기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그의 흉중(胸中마음에 둔 생각)을 알기 어려웠지만 이 부회장이 한국에서 삼성을 계속 경영하기가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까 걱정도 됐다.

삼성전자 공장 준공식으로 이동하며 문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지하철을 탔다. 인도 국민을 가까이에서 만나 보라는 모디 총리 제안에 문 대통령이 흔쾌히 응했다. 해당 열차는 현대로템이 제작했고, 지하철 일부 구간 건설에 삼성물산이 참여했다. 해외 기업을 배려하는 모디 총리의 심모원려가 돋보였다.

2014년 모디 총리 취임 이후 인도 경제는 고속 성장하고 있다. 그의 경제 정책인 모디노믹스(Modinomics)는 외자 유치와 함께 규제를 풀고 인프라 투자를 늘려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친기업 노선이다. 제조업을 키워 일자리를 늘리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가 핵심이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을 만나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기업을 핵심 개혁대상으로 지목하는 이 정부의 정책 기조가 달라져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게 될까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 만남 이후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 했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인도 만남을 통해 각자 터닝 포인트를 찾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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