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원전해체연구소, 원전 밀집한 경주로 와야

청와대가 초미의 관심사인 원전해체연구소(원해연) 입지를 동해안에 두겠다고 밝혔다니 안도감과 불안함을 동시에 갖게 한다. 동해안에 원전이 밀집돼 있어 원해연의 입지로 타당한 것은 분명하지만,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경북 경주, 부산 기장군, 울산 울주군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치 지역이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결정되지 않을까 늘 걱정스럽다.

원해연의 ‘동해안’ 입지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청와대를 방문해 고위 관계자에게서 확인한 사안이다. 이 관계자는 동해안 어느 곳이라고 특정하지 않았지만, 경주가 기대감을 가져도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두 차례나 원해연 입지를 ‘동남권’이라고 밝혀 경주를 배제한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부산시 기장군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동남권에 원해연을 설립하겠다”고 했고, 지난해 10월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발표하면서 또다시 ‘동남권’을 언급했다. 동남권은 부산경남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문 대통령이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의 청와대 입장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비해서는 상당히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 유치 후보지에 경주가 포함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원전 인프라가 풍부한 경주가 원해연의 최적지라는 사실도 당연하다. 경북은 전체 원전의 절반인 12기의 원전을 가동하는 지역인 데다, 월성 1호기 폐로 예정, 영덕 천지 원전 및 신울진 34호기 백지화 등으로 경제적인 피해가 막대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정치적인 고려나 지지층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유치지를 결정하면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입지 선정이 타당하고 공정해야 함은 물론이고, 먼 미래를 내다보고 결정해야 하는 국가적 사업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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