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산문화회관, 서옥순 작가의 '눈물 The tear'展

그림과 실로 삶의 순간 시각화, 벽면 얼굴에 선명한 두 눈동자

작품 앞에 선 서옥순 작가
작품 앞에 선 서옥순 작가

서옥순 작
서옥순 작 '눈물'

봉산문화회관이 기획한 기억공작소의 올해 세 번째 초대작가는 서옥순 작가이다. 전시 제목은 '눈물 The tear'이다.

서 작가는 봉산문화회관 2층 전시실 입구에서 보이는 높이 5.14m×폭 4.96m 벽면에 눈물을 흘리는 자신의 자화상, '눈물'을 바느질로 그렸다. 흰색 천 바탕에 검은색 목실로 바느질한 흑백 선묘 방식의 얼굴 그림이다. 특이한 점은 얼굴의 검은 눈동자에서 흘러내린 두 줄기의 눈물이다. 그 가운데 한 줄기는 검은 실의 선이 길게 수직으로 흘러내려 얽힌 듯 자유롭게 바닥 면에 이어지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얼굴은 나 자신이 경험하는 수많은 감정의 변화를 담는 그릇"이라는 서 작가의 말처럼 작품 속 얼굴은 자신과 현실세계 사이의 관계가 흔적으로 남는 장소로서 삶을 살아가는 존재의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벽면 얼굴 아래에는 좌우벽면 사이를 검은 실로 촘촘히 이어 만든 세로 4.9m×가로 4.9m 정도의 사각 수평면이 바닥으로부터 30㎝정도 띄워져 설치돼 있다. 이 풍경은 가까운 쪽에서부터 멀어질수록 더 어두워지는 검은색의 변화로 인해 신성함을 주기도 하며, 고요한 밤의 수면처럼 평안한 명상의 상태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끊어진 실을 묶어 이은 몇 개의 매듭 때문인지, 반듯하지만 내면의 굴곡과 희로애락의 격정을 숨겨 가리려는 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촘촘히 엮은 수평면의 검은 실 사이 아래에 울긋불긋한 천 재질의 실제 인물크기 인형이 있다. 왼손은 주먹을 쥐고 오른손은 편 채로 누워 있으며, 흰 머리카락에 얼굴에는 검은 나비 문양이 바느질돼 있고 몸에는 꽃, 나뭇잎이 프린트된 화려한 색상의 천이 여기저기 꿰매져 있는 입체 자화상이다.

정종구 큐레이터는 "평면에서 입체로 확대된 바느질 행위를 확인할 수 있는 이 작업은 작가 자신의 삶과 생을 시각화한 것으로도 보이지만, 세상에 내던져진 모든 인간의 존재를 다룬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평했다.

작품 '눈물'이 설치된 벽의 반대편에는 바느질 행위의 흔적을 담은 9점의 평면작업이 시선을 끈다. 그릇에 넘쳐흐르는 물, 뭉쳐진 실, 손바닥 위에 세워진 식물과 흐르는 흙, 벌레, 기울어진 그릇에 담긴 꽃잎과 흐르는 물, 입으로 물을 쏟아내는 얼굴, 식물의 액이 흐르도록 세게 쥔 손 등 작가의 기억에 남는 인생의 순간을 단순하게 시각화한 은유적 그림이다. 작품 '눈물'처럼 이 그림도 몇 가닥의 검은 실들이 흘러내린다. 9월 30일(일)까지.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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