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주민 불편은 안중에 없는 재개발 도로 폐쇄

도심 재건축재개발 사업 구역에 포함된 도로가 하루아침에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는 사례가 잦아 주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대구시 일선 구청들이 충분한 주민 의견 수렴이나 동의 절차 없이 주민열람공고만 내고는 도로를 재개발 사업자에 매각하는 사례가 잦기 때문이다. 관행을 들먹이며 행정 편의주의적 일 처리에 익숙한 데다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조차 없어 기초자치단체 행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도로 폐쇄로 인한 주민 갈등이 높은 대표적인 사례로 수성구가 첫손에 꼽힌다. 2016년 이후 재개발 부지에 편입된 수성구 관내 도로 4곳이 용도 폐기됐다. 구청 측이 14일가량 주민열람공고만 내고 도로를 사업자에 매각 처리한 탓이다. 통행 불편이 커지자 인근 주민들은 대책 마련을 호소하며 거세게 반발하는 등 갈수록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공유재산 처리에 관한 법규를 보면 도로 등 공유재산이 행정 기능을 상실한 경우 용도 폐기 후 매각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를 근거로 수성구청의 도로 매각 경우도 법적인 문제는 없다. 그러나 주민들이 장기간 이용해온 도로를 폐쇄하면서 고작 열람공고 절차로 끝내는 것은 올바른 행정 서비스가 아니다. 주민설명회나 매각 동의 등 합리적이고 타당한 절차도 없이 행정 편의만을 앞세우는 것은 전근대적인 발상이다.

도심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이 없어지지 않는 한 도로 등 공유재산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시나 구청 입장대로 공유재산 매각과 관련해 공익성에 대한 판단도 중요하다. 그러나 단 한 사람의 주민도 소외되지 않게끔 사전에 충분히 의견을 모으고 절차에 따라 결정하는 게 옳다. 얼마 전 통학생 한 명을 위해 졸업 때까지 기차역을 폐쇄하지 않기로 결정한 일본 시골 마을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로 볼 때 행정 처리에만 초점을 맞춘 채 주민에게 양보를 요구하고 피해와 불편을 끼친다면 결코 선진사회라고 할 수 없다. 원만한 사업 추진을 위해 부득이한 경우라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먼저 주민을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것이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줄이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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