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스키폴 공항을 중심으로 공항복합도시가 조성돼 있다. 이곳은 공항의 기능을 여객운송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산업의 중심축으로 확장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암스테르담 도심에서 17㎞가량 떨어진 '스키폴 업무도시'에는 삼성,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국적 기업이 대거 입주해 바이어 미팅과 화물 수송을 손쉽게 처리하고, 공항은 이러한 기업들을 통해 도시 산업과 경제를 이끌고 있다.
◆공항 주변 비즈니스단지 조성하고 호텔, 바이어 미팅 공간 마련
스키폴 공항의 가장 큰 특징은 공항의 접근성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산업과 연계하는 비즈니스 타운을 조성, 지역 경제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다.
스키폴 공항은 1900년대 대형 호수 매립지에 조성된 군 공항으로 출발했다. 이후 1,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군사적 필요성이 낮아지면서 1967년 민간공항으로 전환했다. 2천787만㎡ 터에 여객 터미널 3곳과 화물 터미널 6곳을 보유한 대규모 시설이다. 3천m 급 활주로 5개, 2천m 급 활주로 1개 등 총 6개 활주로를 갖췄고, 평소엔 활주로 2, 3개만 쓰면서 비상시 나머지 활주로를 쓸 수 있도록 유연성을 높였다.
특히 공항 건물까지 연결된 철도를 이용하면 암스테르담 중앙역은 물론, 탈리스·유로스타 등 국제 열차로 프랑스와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등 유럽 국가 주요 도시까지 2~6시간 만에 오갈 수 있는 등 접근성을 최대화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공항 운영주체인 스키폴 그룹은 1960년대부터 수차례에 걸쳐 공항 운영 정책을 발전시켰다. 암스테르담 관문에서 국가 주요 공항으로 발전 단계를 높였고, 이젠 공항복합도시에서 궁극적으로 대도시 공항권역까지 발전시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그룹의 최대 주주는 네덜란드 중앙정부(69.8%)이고, 암스테르담 시정부(20%)와 로테르담 시정부(2.2%), 파리 공항 주식회사(8%) 등이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이들은 도시 여건과 연구개발 결과를 바탕으로 해 장기 발전계획을 체계적으로 다듬고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현재 단계인 공항복합도시 건설은 1990년대부터 시작해 현재 성숙 단계에 이르렀다. 스키폴 공항을 중심으로 150만5천㎡ 부지를 5개 구역으로 나누고 '스키폴 업무도시'(Business City Schiphol)'로 조성해 8천 개 글로벌 기업을 공항 주변에 입주시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네덜란트 투자청은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혜택을 제공해 기업 유치에 나섰다. 현재 공항 반경 5㎞ 이내에만 삼성 비즈니스센터와 마이크로소프트 네덜란드, 카길(미국의 글로벌 식량 회사) 등 다양한 기업들이 대규모 사옥을 짓고 업무를 하고 있다.
업무도시 기능을 보조할 편의시설도 갖췄다. 공항 건물 바로 옆에는 쉐라톤 호텔, 세계무역센터(WTC) 등이 줄지어 있고, 공항 건물과 복도를 통해 일자로 연결돼 있다. 입국 직후 공항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짐을 푼 뒤 곧장 미팅을 시작할 수 있는 구조다.
덕분에 스키폴 공항은 네덜란드의 주요 국제 허브공항으로 자리잡았다. 직항 노선이 326개에 달하고 연간 이용객 6천800만 명(외국인 비중 70%), 연간 화물 처리량 1천800만t, 연간 운항 횟수 49만7천 회에 이른다.
여객과 화물이 모이는 공항에서 바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은 기업들에게 큰 매력이다. 조나단 드 브라이너 스키폴 그룹 시니어 어드바이저는 "업무도시에 입주한 글로벌 기업들은 공항과의 편리한 접근성을 활용해 바이어 초청과 외국 방문 등의 업무를 손쉽게 보고 있다"면서 "추가 확장으로 공항 건물과 연결한 호텔과 WTC의 업무공간은 비즈니스 방문객의 숙박과 회의 편의를 최대한 높였다"고 밝혔다.

◆공항복합도시 이용 수요 급증, 소음 피해 줄이며 시설 확장 목표
스키폴 공항은 시설 확장을 추진 중이다. 기업·여객 방문 증가로 항공기 이착륙 횟수(49만여 회)가 한계 수용량인 50만 회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음이나 미세먼지 등을 둘러싸고 인근 주민들과 기업들의 반발도 적지 않은 것도 이유다.
현재 스키폴 공항은 복합도시 조성에 따라 3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공항 생산성만 해도 네덜란드 GDP의 4%에 이를 정도다.
스키폴 그룹은 내년부터 항공사가 공항에 지불하는 공항세 등을 활용해 공항 주변에 새로운 터미널을 지을 방침이다. 공항 확장이 어려울 경우에 대비해 현 위치에서 50㎞가량 떨어진 곳에 여객 6천800만 명 규모의 신공항을 짓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미 발생하는 소음 문제는 보상과 소음 저감시설 설치 등으로 완화 중이다. 2003년 5번째 활주로를 개장한 이후 인근 주민들이 항공기 이착륙 소음 피해를 호소하자 스키폴 그룹은 활주로와 마을 사이에 사선으로 기울어진 대규모 평면 구조물을 갖춘 공원을 설치했다.
아무런 장애물이 없던 과거에는 비행기 이륙 소음이 바람을 타고 마을까지 곧장 다다랐지만, 공원을 지은 뒤로는 소음이 구조물에 막히면서 10㏈가량 줄어들었다.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에 맞춰 친환경 정책도 도입 중이다. 우선 공항에서 필요한 전력은 모두 풍력발전으로 충당한다. 또 공항 안팎을 오가는 버스 가운데 200대는 전기버스로 채웠다.
브라이너 시니어 어드바이저는 "스키폴 공항은 산업을 이끄는 중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인근 주민들과 상생도 그만큼 중요하다"면서 "양자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공항복합도시 기능 확장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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