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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당신의 발상

안현주 메시지 캠프 기획실장

안현주 메시지 캠프 기획실장
안현주 메시지 캠프 기획실장

미니언즈를 아는가. 최고의 악당만을 보스로 섬기는 영화 '슈퍼배드'의 캐릭터다. 추종자라고 했을 때 우리가 흔히 요구하는 충성심도 없다. 더 센 악당이 나타나면 가차없이 보스를 바꿔버리고, 평화의 시대에는 오히려 무기력한 그들이다. 노란 알약 같은 생김새만 가지고는 정체도 불분명한 생물체지만, 미국식 영웅주의, 권선징악이라는 프레임을 완전히 뒤집었다. 게다가 이 귀여운 악당들은 영화의 주인공도 아닌데 어떤 주인공보다도 인기를 끌고 있다. 겉으로는 사악함을 열망하지만 내면은 선하기 때문일까. 그야말로 발상의 전환이다.

남들과, 또 기존과 다른 새로운 생각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루에도 몇 편씩 쏟아지는 광고시장에서도 대중의 마음을 흔드는 홈런은 드문 법이니까. 크리에이티브라면 한 가닥씩 한다는 광고쟁이들도 그럴진대. 혹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란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기존의 변형과 응용일 뿐,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고. 그래서 새로운 프로젝트가 주어질 때면 회사의 미관말직들은 으레 사례조사부터 하고 있는 것일까.

사람마다 성향에 따라 잘하는 일이 있다. 분석적인 사람은 있는 자료를 체계적으로 조직하는 것을 잘하고, 창의적인 사람은 기존의 해결책이 벽에 막혔거나 벽 너머의 세계를 추구할 때 빛을 발한다. 분석적인 동시에 창의적이면 좋겠지만, 두 성향이 상반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창의성은 분석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자주 한계를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경험이 많다고 해서 새로운 생각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사회가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기존의 방식에 얽매여 새로운 생각을 담지 못할 때도 있다. 우리는 절대 법칙, 절대 전략이라는 것이 없는, 말 그대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니까.

조직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남들과 다름이 환영 받기 어려울 때가 있다. 회사에서도 군계일학(群鷄一鶴)이 아닌, 시키는 일을 불만 없이 이행할 수 있는 적당한 지능과 인간관계 능력을 가진 사람을 선호하는 것 같다. 그 또한 일리가 있다. 현실에서는 관례를 존중해야 할 때가 있으며,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는 결과를 가져올 때도 있으니까. 하지만 틀에 박힌 자기자신을 바라보며 나와 다름에 대해 지나친 거부감을 갖는 것은 아닌지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나와 다른 너, 주류와 다른 소수를 인정하고 교육하는 것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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