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란 가격 하락에 산란계 농민 울상

살충제 계란 사태·AI 등 거치며 소비는 감소, 산란계만 늘어

"한 때 '금란'이라 불리며 경북 농가 소득 증대에 큰 도움이 됐지만, 지금은 평년 절반 수준의 가격이어서 생산비도 못 건질 지경입니다."

산지 계란 가격이 지속해서 떨어지는 탓에 경북 산란계 농장이 울상이다. 16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산지 계란 가격은 698원(10개 기준)으로 평년 가격 1천309원의 53% 수준으로 집계됐다. 계란 가격이 반 토막 난 셈이다. 지난해 계란 생산비가 1천117원(특란 10개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산란계 농장은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산지 계란 가격이 내려간 이유는 지난해 8월 터진 '살충제 계란 사태'와 올겨울을 강타한 조류인플루엔자(AI)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북 안동의 한 산란계 농장주는 "국민 1인당 연간 계란 소비량이 270개가량이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220개 선을 넘기 어렵다. 살충제 농약 사건으로 잃은 신뢰로 소비 회복이 더디기만 하다"고 했다.

도 관계자는 "살충제 계란 사태가 발생하자 농가들이 산란율이 떨어진 노계를 도축장에 내놓기 꺼리며 그냥 키우는 경우가 많다. AI 발생 이후 들여와 키우는 어린 산란계 수도 지속해서 증가, 생산량은 줄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전국 산란계 농가가 키우고 있는 닭은 올해 3월 기준 7천100만 마리로 적정 사육 수량인 6천500만 마리를 훌쩍 넘기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라는 점이다. 도는 이달 산지 계란 가격이 10개 기준 750~850원, 8월에는 800~900원을 기록해 생산비보다 낮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도는 농가가 자율적으로 산란계 숫자를 줄이도록 돕고, 새롭게 산란계를 도입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유도해 생산량을 줄일 생각이다. 또 AI 방역과 '살충제 관리'로 소비 심리 제고에도 힘쓸 계획이다. 아울러 단체급식 확대를 유도하고, 농협 등과 연계한 할인판매로 소비 촉진에도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정부 차원의 가격안정 대책 계획은 없어 한계가 있다. 결국 농가의 자발적인 감축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양계협회 대구경북도지회 관계자는 "살충제 계란, AI 등 문제가 터지면 정부는 농가에 각종 제한을 두며 관리하지만, 그 여파로 생기는 소비 위축 등 시장 불안은 개별 농가에게 떠넘기고 있다. 정부가 계란 소비 회복, 산란계 개체수 조절 등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경북에는 253곳에서 산란계 1천378만2천 마리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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