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 누운 조영민(가명·12) 군의 얼굴이 웃음기를 띄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의 웃는 표정을 본 어머니 박주은(가명·45) 씨의 얼굴이 굳었다. "웃는 게 경련 전조 증상 중 하나에요. 요즘 약을 바꿨더니 잠도 통 못 자고 힘들어하네요." 박 씨가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 수시로 심한 경련 일으키는 뇌전증 앓아
조 군이 투병 중인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은 극심한 발작이 지속되는 가장 심한 형태의 뇌전증이다. 매일 6, 7차례씩 경련을 하고 한번 시작되면 10분 이상 온몸이 오그라드는 대발작도 수시로 일어난다. 경련이 한 시간 이상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응급실을 찾는 경우도 다반사다. 덕분에 집 안 한쪽에는 늘 병원으로 바로 갈 수 있도록 짐이 꾸려져 있다.
조 군은 출산 과정에서 약간의 호흡곤란 증세를 겪었다.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했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발달이 느렸고, 돌이 됐을 즈음 찾은 병원에서 레녹스가스토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중증 장애가 예상됐지만 결혼 후 5년 만에 어렵게 얻은 아들이었기에 박 씨 부부는 온갖 정성을 다했다. 비싼 재활치료를 다섯 살 때까지 매일 받았지만 별다른 차도는 없었다.
조 군은 여전히 말을 하지 못하고 누워서 지낸다. 아직 발달 수준도 만 1~2세 영아 수준이다. 조 군의 뇌에 특별한 문제도 발견되지 않아 부모의 마음은 더욱 타들어간다. 숨을 깊게 들이쉬지 못해 수시로 산소호흡기도 사용하는 등 항상 누군가 곁을 지켜야 한다.
6년 전에는 경련을 완화시키려고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조직인 '뇌량'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이렇다 할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수술 전에는 스스로 조금이나마 음식을 삼켰지만, 요즘엔 그마저도 어려워져 위장으로 음식물을 바로 넣는 위루관을 삽입했다.
뿐만 아니다. 골다공증이 심한데다 뼈를 보호해줄 근육이 거의 없어 자주 골절상을 입는다. 늘 누워 있다보니 척추가 휘는 척추측만증도 생겼고, 갈비뼈가 폐를 압박해 수시로 자세를 고쳐줘야 한다. 박 씨는 "늘 조심스럽게 돌보지만 3주 전에도 왼쪽 발목이 부러져 깁스를 했다. 벌써 7번째인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가슴 아프다"고 했다.
◆ 갑작스런 남편 사망에 공황장애까지…재활치료비도 막막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던 박 씨는 지난해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과 맞닥뜨리며 무너져내렸다. 남편은 뇌출혈 증상으로 응급 수술을 받은지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났다.
고통스러운 마음을 다독일틈도 없이 경제적 부담이 덮쳤다. 남편이 떠나간 후 박 씨는 남편의 사업이 빚더미에 앉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부채를 떠안지 않으려 살던 집을 포함해 모든 상속을 포기했고 이후 친지들의 집을 전전하고 있다.
박 씨는 현재 월 80만원인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며 동생 집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 아들의 안면근육을 풀어주는 언어치료도 중단하는 등 매주 3차례씩 받던 재활치료 횟수도 줄였다. 관절이 굳지 않도록 운동치료만 받고 있지만 바우처를 사용해도 매달 40만원 정도가 든다.
수년째 긴장한 상태로 아들 옆에서 웅크리고 잠을 청했던 탓인지 박 씨의 건강도 좋지 않다. 6년 전, 갑상선 암 수술을 받았고 4년 전에는 척추분리증과 목 디스크 진단도 받았다. 박 씨는 늘 왼쪽 다리가 저리고 허리 통증에 시달린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극심한 공포감을 느끼는 공황장애도 찾아왔다. "아이 아빠가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 퇴근 시간이 되고, 어두운 집에 홀로 남아 있을때마다 공황장애 증상이 찾아와요. 별수 없이 약으로만 버티고 있죠."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지만 박 씨는 끝까지 아들 곁을 지킬 생각이다. "다른 욕심은 없고 아이만 더이상 아프지 않으면 좋겠어요. 아빠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제가 계속 지켜줄 겁니다." 박 씨가 의연한 표정으로 아들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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