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에서 바라보는 4차 산업혁명의 미래

이장우 교수
이장우 교수

현재 우리 경제는 A(AI와 로봇), B(블록체인과 빅데이터), C(컴퓨터 연산능력)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들이 쓰나미 같이 몰려와 경제구조를 바꾸고 일자리를 뺏어갈 것이라는 위기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지금까지 중앙에서 흘려보내주는 투자예산과 사업기회에 의존해 산업화에 동참해 온 지방 경제로서는 전통 제조 산업의 쇠퇴와 함께 '믿는 구석'까지 없어져 더욱 불안하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 해답은 기술 일방이 아닌 시장과 사람에서 찾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청년들을 꿈꾸게 하고 지역에 머물면서도 글로벌 창업을 할 수 있게 해야 살아남아 번영할 수 있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정의했듯이 산업혁명은 '기술혁신과 그에 수반해 일어난 사회 및 경제구조의 변혁'이다. 그러나 '기술 드라이브'로만 그 역동성을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산업혁명의 발전과정이다. 즉 1, 2, 3차에 걸쳐 이루어진 산업혁명을 각각 증기기관, 전기에너지, 컴퓨터 및 인터넷에 의해 세상을 바꾼 것으로만 설명해서는 그 본질적 역동성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산업혁명의 발전과정이란 실상은 상상하지 못했던 성능과 편리성, 또는 새로운 멋과 재미를 가진 제품과 서비스를 인류에게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인류는 지구를 놀라운 세상, 즉 '원더랜드'로 만들어 왔다. 물론 그 과정 속에는 기술혁신과 함께 시장 수요와 기업가적 도전이라는 핵심 요인들이 상호작용한다.

예를 들어 18세기 영국 섬유산업은 혁신적 방적기술과 증기 동력에 기반 했지만 당시 귀족들의 패션 취향과 함께 폭발한 면직물 수요가 각종 투자를 유발해 한 순간에 300배 성장을 이루었다.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2차 산업혁명도 전기에너지에 기반 한 대량생산 기술이 대중 시장의 등장과 함께 대량 소비를 일으켜 특정 산업들을 수백 배로 성장시키는 기적을 또 다시 만들어냈다. 그 결과 영국과 미국은 주변 다른 국가에 비해 뛰어나지 못한 과학기술 수준을 가지고도 각각 1차와 2차 산업혁명을 주도했다.

그러므로 4차 산업혁명의 변혁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혁신만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의 등장에도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첫째는 인터넷 모바일 시장이며, 가상세계와 블록체인이 만들어내는 시장 변화이다. 손끝 휴대폰 조작만으로 거의 모든 물건을 전 세계로부터 주문할 수 있는 현실은 지방에 앉아서도 손쉽게 세계 중심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을 말해 준다. 둘째는 롱테일 시장이다. 지금까지는 표준적인 대량생산 제품으로 상위 20% 시장을 선점해야 성공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지역의 장인이 만든 소량생산 제품으로도 전 세계에 팔 수 있는 '롱테일' 시장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전 세계에 분산되어 80%의 나머지 시장을 차지하는 롱테일 시장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틈새 덕분에 지역의 개인이나 소규모 사업체도 세계를 상대로 당당히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시장변화와 함께 주목해야 하는 것은 사람의 본성이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일과 놀이를 동시에 추구하는 성향으로 바뀌고 있다. 일하면서 놀이하고, 놀이하면서 무언가 만들어내는 사람이 더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따라서 자녀의 꿈과 상관없이 안정적인 직장 찾기에만 매달리는 부모의 바램은 새로운 시대의 기회를 외면한 채 궁극적으로는 행복하지 못한 삶으로 인도하기 십상이다. 또한 예산 확보와 집행에 기반 한 중앙의존형 지방 행정 역시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열어가는 지역혁신을 주도하기 어렵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

약력: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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