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편의점 인간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지금도 꿈틀거리고 있는 그 '투명한 유리 상자'를 생각한다. 가게는 청결한 수조 안에서 지금도 기계장치처럼 움직이고 있다." (소설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 지음)

18년째 편의점 알바로 생활하는 주인공 게이코. 계속 바뀌는 알바생들을 배웅하면서 8번째 점장과 일하는 그는 매일 편의점 음식을 먹고 매뉴얼대로 정리된 편의점 풍경과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문학작품은 물론이고 드라마, 영화 등에서 편의점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시대상을 가장 민감하게 보여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따라붙는 수식어도 엄청나게 많다.

'우리 집 냉장고' '현대식 유통 채널의 선두 주자' '현대인들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보여주는 도시의 성좌' '도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복합 만능 생활 거점' '88만원 세대의 밥집' '우리 사회 갑과 을 관계를 함축하는 곳'.(편의점 사회학, 전상인 지음)

한국 편의점은 일본 편의점을 모방해 출발했고, 지금도 베끼는 중이다. 일본 편의점은 다양하고도 맛있는 먹거리와 세탁, 배달, 의료상담 등 수많은 부가서비스를 자랑한다. 프랜차이즈마다, 편의점마다 독특한 먹거리와 코너를 만들어놓기 때문에 '편의점 관광'까지 생겼다.

일본의 편의점 수는 5만8천여 개(2017년 말)로 포화 상태다. 총매출은 108조원으로 2년 전부터 조금씩 떨어지고 있지만, 한국과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한국의 편의점 수는 올 초 4만 개를 넘었지만, 총매출은 21조원에 불과하다.

일본 편의점 하루 매출은 한국 편의점의 3배 이상, 하루 고객 수는 2배 이상이다. 일본에서는 편의점 점주라면 괜찮게 산다는 얘기를 듣지만, 한국에서는 알바보다 못하다는 평을 받는다. 한국이 일본에 비교우위를 갖는 것이라고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뿐이다. 한국의 편의점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이를 두고 '최저임금 모라토리엄(불이행)' '점주의 범법자 시대' '을과 을의 생존게임'이니 하면서 온통 시끄럽다. 그 '투명한 유리 상자'가 속으로는 곪고 병든 존재가 되고 있으니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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