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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퓨처스] 이상진 경북대병원 류마티스 내과 교수  

이상진 경북대병원 교수(류마티스 내과)
이상진 경북대병원 교수(류마티스 내과)

"류마티스 질환이라고 하면 흔히 류마티스 관절염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우리 몸의 자가면역세포가 적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장기, 혈액세포, 조직 등을 공격해 나타나는 질병을 모두 류마티스 질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비롯해 루프스, 혈관염, 베치트병, 강직성 척추염, 전신경화증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상진(41) 경북대병원 류마티스 내과 교수는 "류마티스 관절염과 강직성 척추염이 흡연과 관련성이 높고, 루프스 질환이 과도한 햇볕 노출과 연관되어 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 뚜렷한 예방책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환자의 호소에 귀 기울이는 의사

"비교적 진단이 쉬운 류마티스 관절염을 제외하면 류마티스 질환을 진단하는 것이 쉽지 않게 때문에,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면서 고생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정확한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일단 손이 붓는 등 다발성관절염 증상을 보이고 입안에 궤양이 생기거나 또는 몸에 발진이 나타나면 류마티스 질환을 의심해 볼 만합니다."

이 교수가 류마티스 내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것은 류마티스 질환의 이런 특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인턴ㆍ레지던트 시절 여러 전공 과목을 경험하면서 첨단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분야보다, 환자와 대면해서 증상을 눈으로 직접 보고 손으로 만져보면서 마치 탐정이 범인을 찾아가듯 세심하게 살펴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면 죽음을 앞둔 힘든 환자들을 접할 기회가 많아집니다. 당연히 부담감과 압박감이 생기죠. 개업을 하면 이런 모습은 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반면에 대학병원에 있기 때문에 최신 의료기술과 치료법을 환자에게 가장 적절히 사용해 생명을 살릴 기회도 주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내가 어렵고 힘든 사람에게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자부심과 보람이 발길을 잡습니다. 환자들의 안타까운 호소에 내 일처럼 귀 기울이는 의사, 그런 의사를 꿈꿔봅니다."

◆ 좌절감 속에 느낀 겸허함

이 교수는 지금까지 '자가면역질환과 악성종양(암) 발생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 집중해왔다. 류마티스 질환처럼 자가면역질환에 걸린 사람들은 암 발병률이 높다. 원인이 밝혀지면 치료법 또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루프스 질환의 가장 심한 임상 발현 중 하나인 루프스 신염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20~40대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루프스 신염은 환자의 2/3 정도는 치료가 잘 되는데, 나머지 1/3은 강력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원인을 밝히기 위해 병리과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최근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50대 후반의 남성과 70대 할머니가 내원해 류마티스 질환 중 중증인 혈관염 진단을 받았다. 50대 남성은 급격한 증상 악화로 중환자실로 실려 갔지만, 한 달 만에 좋아져 다시 건강을 찾았다. 반면에 70대 할머니는 2달 간 치료를 통해 콩팥의 기능이 돌아오고 건강 상태도 상당히 좋았는데, 갑자기 폐렴이 와서 돌아가셨다. 치료 과정이 아주 좋았고 그래서 회복에 대한 기대도 컸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같은 의사가 같은 병을 똑 같이 치료했는데, 생사는 갈렸습니다.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의술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삶에 대한 마음가짐이 더 겸허해졌습니다."

<약력> ▷포항고 졸업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병원 인턴 ▷서울대병원 류마티스 내과 정공의 ▷서울대병원 류마티스 내과 전임의 ▷경북대병원 류마티스 내과 교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분자바이오제약학과 석사 및 박사과정 ▷대한내과학회 정회원 ▷대한 류마티스 내과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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