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한여름의 클래식

김지혜 영남대 성악과 외래교수

이제 겨우 초복이거늘, 한달 동안 지속된다는 올 여름 폭염을 어떻게 버텨낼까 싶다. 여름 휴가를 위해 미뤄왔던 다이어트를 하루 빨리 시작해야 하지만 과일과 야채, 냉면이 날 유혹한다. 일단은 유리잔 한 가득 얼음을 채우고, 시원한 보리차로 마음을 달래보자. 이번 주는 카랑카랑 울리는 얼음소리처럼, 더위를 식혀줄 클래식 작품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김지혜 영남대 성악과 외래교수
김지혜 영남대 성악과 외래교수

먼저 리스트(F.Liszt) 작곡의 '에스테장의 분수'(Les jeux d' eau a la villa d' Este), '피아노의 마술사'라고도 불리는 리스트는 유난히 긴 손가락과 화려한 손놀림 때문에 손가락이 6개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에스테장의 분수'는 어지러울 정도로 빼곡히 들어선 32분 음표에, 피아노 독주임에도 3단으로 기보된 부분까지 있다. 에스테장의 분수는 실제 이탈리아 티볼리에 위치한 에스테 별장에 위치하고 있으며, 16세기 건축물로 로마의 3대 별장이자 물의 정원이라고도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다. 수압차로 연주되는 '오르간 분수', 포세이돈을 형상화했다는 '넵튠 분수'. 달걀 모양의 '오바토 분수', 가로수 길에 늘어선 '100개의 분수'(첸토폰타나)까지 500개이상의 자연분수들이 정원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굴러가는 이 곡을 들어보면, 분수의 물방울이 절묘하게 묘사되어 있어 화려함과 함께 청량감을 느껴볼 수 있다.

열대야로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멘델스존(F. Mendelssohn)의 '한 여름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과 함께 하는 건 어떨까. 1826년, 당시 17세였던 멘델스존이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밤의 꿈'을 읽고 바로 서곡을 작곡하였다고 하며, 그로부터 다시 17년 후인 1843년 국왕 빌헬름 4세의 명을 받들어 나머지 12곡을 작곡했다. 여기에는 지금도 결혼식에 울려퍼지는 결혼 행진곡도 포함되어있다. 한 여름밤이란 '하지' 무렵의 성요한축일(6월24일) 전야를 의미한다. 이날이 되면 요정들에 의해 기이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전설을 토대로 하고 있다. 한 여름밤의 숲속, 젊은 연인 두커플과 요정의 사랑이 모두 이루어진다는 해피엔딩 스토리이다. 슈만(R.Schumann)도 "마치 요정들이 직접 연주하는 듯하다"며 극찬을 보냈다.

나 또한 행복한 꿈을 그려보고 싶은 여름이다. "사랑은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것, 그래서 날개 달린 큐피트는 장님으로 그려져 있다네."(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 1막1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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