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눈부신 조명 아래 아슬아슬한 비키니를 입은 8등신 미녀의 댄스와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위협적인 마술이 펼쳐지는 곳이 괌의 밤무대다. 이와 정반대로 차오로족의 토속 춤사위와 노래 등을 즐기며 여유로운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것도 괌의 또 다른 밤 관광이다. 괌은 밤에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사람들을 더욱 붙잡고 있는 형태다. 특유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극과 공연을 만들어 관광객의 흥미를 끌어올리는 소위 '사람이 빚어낸 관광'이 괌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샌드캐슬

샌드캐슬은 괌의 대표적인 공연이다. 1999년 시작된 이 쇼는 올해 20년째를 맞이했다. 전용극장에서 펼쳐지는 샌드캐슬은 뉴욕'시카고 등지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댄스와 라스베이거스식 마술 공연이 큰 축을 이룬다. 중간 중간 중국 기예단의 무술쇼, 아크로바틱 등이 별미처럼 펼쳐지며 지상과 지하, 관중석 등 공연장 전체를 무대로 활용하는 것이 샌드캐슬의 특징이다.

샌드캐슬의 관람객은 자리에 앉자마자 화려한 조명과 현란한 춤사위, 귀 속을 파고드는 음향 등에 매료돼 공연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안전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천장에 달린 줄을 오르내리며 화려한 기술을 보이는 무용수들은 관중의 머리 위를 무대 삼아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혹시나 공연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혹시 작은 움직임 때문에 무용수가 실수는 하지 않을까? 관중들은 모두 숨죽이며 공연을 지켜보는 내내 가슴을 졸인다.

샌드캐슬의 단연 백미는 거대한 호랑이를 등장시켜 마술쇼를 진행하는 것이다. 실제가 아닌 마술이라는 전제를 깔아도 관중들은 거대한 호랑이의 몸집에 압도되고 만다. 관중들은 동물원에나 가야 먼발치에서 구경할 수 있는 호랑이를 너무나도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게 된다.
샌드캐슬은 호텔 내부에 있는 공연장이기 때문에 예약된 식사나 음료, 간단한 사이드 메뉴 등을 공연 중에 즐길 수 있다. 모든 웨이터·웨이터리스는 허리를 나춰 최대한 손님의 주문에 귀를 기울이고 5분 이내 주문한 음식이 나올 수 있도록 민첩하게 움직인다. 90분이란 공연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빠른 행동이 수입과 직결된다고 보면 된다.
샌드캐슬 공연이 끝나면 출연자들은 관객보다 먼저 입구에 나가 포토타임을 갖는다. 자연스럽게 팔을 감싸거나 어깨에 손을 올려도 출연자들은 흔쾌히 호응한다. 워낙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기 때문에 출연자들의 대처가 능수능란하다.
◆퍼시픽 판타지 디너쇼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닌 괌의 또 다른 즐길거리는 바로 워터파크다. 수많은 특급 호텔과 리조트가 즐비하지만 그 중 해변과 직접 닿아 있는 곳은 손에 꼽힐 정도다. 그 중 하나가 바로 PIC다. PIC는 투몬 시내와 다소 떨어져 있지만 인근에 K마트가 있고 매끼니 마다 한식 요리를 준비하고 있어 한국인들에게 사랑받은 리조트 중 하나다. PIC 인근에는 한국 관광객을 위해 한식 판매점과 한인 편의점 등이 있어서 여행 중 고국의 향수가 그리운 사람들은 이곳을 숙소로 정하는 것이 좋다.

PIC에 또 다른 볼거리는 바로 퍼시픽 판타지 디너쇼다. 야외 원형극장에서 뷔페 스타일의 식사를 즐기며 화려한 원주민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다. 거대 폭포수를 배경으로 원주민들은 고유의 전통 춤을 공연한다.

공연하는 원주민들의 흥이 최대로 오르면 자신들만의 샤우팅으로 분위기를 더욱 압도한다. 주로 남성 무용수 중 공연을 주도하는 사람이 "우~웨이"라고 가늘고 길게 소리를 낸다.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소리를 지르는데도 전 관객이 모두 생생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고 경쾌한 소리를 낸다.

퍼시픽 판타지는 다양한 무대 연출을 보여준다. 무대 중앙에는 괌의 전통 집이 서 있다. 주로 그 집에서 나오면서 공연이 시작되는데 전통집 지붕 옆에 별도의 무대를 만들어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의 시선이 한곳에 집중되지 않게 적절한 공간활용을 보여준다.
또한 거대 폭포수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공연장 중앙으로 흘려보내고 그 위에 괌 전통 배를 띄운 뒤 배 위에서 무용수들의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관객들은 리조트 내에 있지만 그 연출을 통해 마치 바다나 강가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처럼 느낀다. 공연을 펼치는 내내 즉흥적으로 관중 속으로 무용수가 진입하면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퍼시픽 판타지의 백미는 불쇼다. 근육질의 남자 무용수가 막대 양 끝에 불을 붙인 뒤 불꽃이 원형으로 보일 정도로 빠르고 강하게 돌린다. 이 막대를 돌리면서 무용수는 전통 춤도 추고 갖가지 동작을 선보인다. 머리에 꽃을 꽂고 가드다란 팔과 허리를 흔들며 전통 춤사위를 보여준 여성 무용수도 불꽃쇼를 보일 때는 그 누구보다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했다. 남자 무용수와 달리 여성 무용수는 불꽃이 회전하는 선과 그 동작 하나하나가 노래에 맞게 움직이며 최고의 리듬감을 보여줬다.

공연 마지막 즈음에는 PIC 리조트의 마스코트인 시헤키가 등장한다. 시헤키는 멸종 위기에 처한 '킹피셔'라는 괌 고유의 새를 마스코트화한 것이다. 감동적인 공연에 대한 기억과 리조트를 연상할 수 있는 마스코트가 오버랩되면서 관객들에게 오랫동안 이 리조트를 기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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