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핵심과제로 거론된 인적 청산과 관련해 "과거지향적인 측면에서 인적 청산은 반대"라고 밝혔다. 이어 '자율'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당 이념을 혁신하겠다고 했다.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을 인적 청산의 기준으로 삼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자신이 세울 새로운 가치'이념과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8일 국회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연 김 비대위원장은 "지금 이 순간부터 가치와 이념, 기치를 바로세우는 일에 얼마큼 동참하느냐, 새로 세워진 가치나 이념체계, 정책에 같이 할 수 있는 분인가가 당내 시스템으로 가려질 것"이라며 "탈락자가 없었으면 좋겠지만 도저히 공유하지 못하겠다는 분이 있으면 길을 달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로서 당협위원장 교체 권한이 있다"며 이런 기준에 맞지 않으면 교체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비대위 활동 기간에 대해선 "가치를 정립하는 것은 제법 시간이 걸리고 다른 비대위처럼 두 달, 석 달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최소 올해는 넘겨야 한다"고 했다. 비대위가 길어질 때 있을 수 있는 당내 반발에 대해서는 "제가 그분들과 대화하고 최대한 동의를 구해보겠다"고 했다. 당직 임명과 관련해서는 "제가 생각하는 가치, 이념, 기치를 잘 아는 분을 가리지 않고 임명했으면 한다"고 했다.
앞서 매일신문 인터뷰(본지 4일 자 2면 보도)에서도 밝혔듯 김 비대위원장이 꼽는 핵심 가치는 자율이다. 과도한 국가주의와 시장주의가 아닌 공동체 스스로 책임을 갖고 질서를 세우는 사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체제 종료 이후 전당대회나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총선 출마는 안 하고 싶다. 비대위 끝나면 정치 안 한다"면서도 "비대위를 성공적으로 하게 되면 정치 전반에 걸쳐 영향력 행사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비대위원 선임과 관련해서는 "9명으로 할 것인지 11명으로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당연직으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두 분이 있고, 초'재선을 중심으로 한두 분 정도 모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또 "나머지는 일반시민을 생각하고 있는데 연령대나 성별, 전문성에서 다양한 구도가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아래는 일문일답.
-비대위 출범 전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번 비대위에 공천권이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권한을 주겠다고 했다.
"어떤 형태로 저한테 공천권을 보장다고 해도 저 자신이 믿을 수 없다. 총선이 오는 2020년에 있는데, 비대위가 아무리 길게 가도 그때 공천할 수 있을 정도로는 가지 못할 것이다. 그때까지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긴다 해도 정치적 약속이며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다. 애초에 공천권과 관련한 어떤 권한도 생각한 적이 없다. 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당협위원장에 대한 조치 권한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거에 무엇을 했고 누구와 친한지로 (조치)하는 것은 아니고, 가치를 바로 세우고 이념체계를 바로잡고 규칙을 바로 세우는 일에 얼마나 동참을 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나올 것이다."
-차기 전대에 출마하면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차기 전대 출마 의향이 있는지.
"제가 비대위가 끝난 후 전대에 출마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저는 비대위에서 끝나야 한다. 다만 비대위가 성공적이라면 성공한 데 따라 당이나 정치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직접 당에 개입할 일은 없을 것이다. 비대위는 비대위로 끝내는 것이 도리다. 비대위원장 사퇴 후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비대위 최소 기한은 언제까지로 보는지. 비대위 기한을 두고 당내 갈등도 예상된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제 나름대로는 최소한 올해는 넘어가야 (비대위가) 기능한다고 본다. 우리가 토론하고 의견 모으는 일이 올해는 넘어가야 한다. 정기국회 기간 전대를 치르는 것이 국민에게 얼마나 바람직하게 비칠지에 대한 걱정도 있다. 제가 필요로 하는 기간도 그 정도다.
비대위 기한이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과는 제가 가서 대화하겠다. 지금 현재 당의 가치와 깃발을 세우는 게 먼저인지, 새 리더십의 등장이 먼저인지 얘기를 해 동의를 구해보겠다. 저는 당의 새 가치와 방향을 먼저 정한 후, 그런 가치를 실현할 분들이 당 대표직을 두고 경쟁하는 게 당의 발전에 도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심성의껏 얘기하고 동의를 구하겠다."
-어제 한 언론에서 지난해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접대라고 하기는 곤란하다. LPGA나 KLPGA 대회 전에 흔히 개최되는 프로암 대회에 사회 각계각층이 초대받는다. 그 프로암 대회에 한 번 참석하고 왔는데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 김영란법상 비용 제한을 넘었는지는 솔직히 알 수 없다. 당시 대회를 주최한 대표는 김영란법의 범위를 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서로 의견이 다르니 결론 나지 않겠나, 기다려 달라."
-한국당은 현재 친박(친박근혜)과 복당파 간의 내분이 심각해 인적 청산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과거 지향적인 인적청산은 반대한다.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기준에 입각해 같이 갈 수 있는지는 제가 비대위원장 마칠 때쯤 제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과 당원·원내구성원이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항상 사람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선거 때마다 현역 의원 교체율이 가장 높은 것이 대한민국일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 정치는 앞으로 많이 가지 못했다. 우리 정치 문제가 사람만 바꾸려 한 것이다. 사람만 바꿔서는 안 되고 그 전에 뭔가 세우는 게 중요하다.
정치 언어부터 바뀌어야 한다. 한국 축구도 히딩크 전 감독이 오기 전까지는 (국가대표 발탁 시) 친소 여부나 계파 여부가 담론이었다. 그러나 히딩크 전 감독이 작전개념과 기술개념을 도입했다. 한국 정치에서도 누군가 앞장서 정치 언어를 바꿀 때가 됐다. 제 힘은 아주 작기 때문에 그런 것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하는 데까지 하려 한다.
제 얘기를 하나 하자면, 이번 비대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사실은 몹시 불편한 마음이었다. 저렇게 싸우는 데 왜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하나, 다른 사람들은 다 그만둔다고 하는데 그만두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제 주변 사람들은 자존심이 상한다고 했다. 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누군가 나타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 제가 비대위원장이 된 이상 열심히 하겠다."
-노무현 정부에서 핵심요직을 역임했지만,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의 정책들이 많이 뒤집히고 번복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대통령을 평가한다면.
"한마디로 평가하기 굉장히 힘들다. 많은 정책이 뒤집어졌지만, 뒤집어지지 않은 것도 많다. 세종시 같은 지역균형발전·혁신도시나 신성장동력,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 기지 등에서는 연속성도 많았다. 다만 역사 인식에서 다른 부분이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성공에서 뻗어 나가서 새로운 가치관·역사관으로 새 정책이 많이 나왔으면 했는데, 그렇지 못하고 과거 1960~70년대같이 국가 운영을 한 측면이 있다.
두 대통령 모두 감옥에 간 것은 우리 역사의 아픔이다. 그런데 그 두 분의 잘못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그 두 분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도, 그분들을 감옥에 넣은 것도 우리 국민이다. 감옥에 갇힌 것에 대해 잘했다 잘못했다 보다는 그 원인이 중요하다고 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받아들이기 힘든 분들의 경우, 개인 신념에 따라 다양성이 존재한다. 다만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는 데 일치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보수 대통합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통합이 무엇을 얘기하는지 모르겠지만, 인위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당이 제대로 서려면 연대하거나 상생 구도로 가야 한다. 지금은 연정을 얘기하기보다는 이 당을 전체적으로 바로 세우는 것에 전념할 생각이다.
지금부터 보수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에 얼마나 동참하느냐, 새로 새워진 가치·이념 체계나 정책 노선에 같이 할 수 있는 분이냐 없는 분이냐는 당의 새 가치가 정립된 후 평가가 나올 것이다. 같이 갈 수 있는지는 당의 시스템에 의해 가려질 것이다. 탈락자 없이 다 같이 가면 좋겠지만, 신념 체계가 전혀 다르거나 정책 방향을 도저히 공유하지 못하겠다는 분이 있으면 길을 달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보수의 가치는 무엇인가.
"더불어민주당이나 소위 진보 진영은 특정 가치를 점유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강한 가치 지향성이 있다. 인권·상생·평화·통일 등이 그렇다. 하지만 한국의 보수나 중도 정치는 가치 점유에 있어 부실하다. 국민이 보기에 이 당의 역사가 어디로 가는지는 점유하는 가치가 말하는데, 그 부분이 불명확하다.
이것은 당원이나 언론·당협위원장이 치열하게 논쟁해야겠지만, 저에게 얘기하라면 자유다. 국가가 시민사회나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해 이끄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공동체 주체가 자율적으로 국가를 만들고 혁신하는 것을 꿈꾼다. 다만 복지처럼 시장·공동체가 자체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가 보충적·보완적 역할을 해야 한다. 또 기회균등을 만들고 게임의 룰을 공정하게 만드는 것을 국가가 해야 한다. 자율·공정 등을 두고 당원과 밑바닥부터 토론하겠다.
시대 정신은 자유로 흐를 것이라 본다. 자유는 권리 개념 위에 스스로를 규제한다. 우리 사회를 보면 국가주의적 경향이 곳곳에 있다. 연방제에 가까운 분권화를 얘기하는 문재인 정부조차 학교에 커피 자판기를 설치할지 말지를 법으로 통과시켜 공포한다. 시민 스스로 자유와 책임의 논리로 공동체 논리를 이해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당원이나 의원들이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줘도 좋다."
-그렇다면 가치를 논의할 기구로써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중요할 것이다. 여의도연구원 원장에 김대식 원장을 유임할 것인가 아니면 새 인물을 영입해 개혁할 것인가.
"당사자에 결례될지 모르겠지만 교체할 생각이다. 여의도연구원은 새 가치를 정립하고 새 정책 방향을 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구다. 여의도연구원이 지금까지 어떻게 작동해왔는지 보고를 못 받았다. 당내 어떤 조직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인선을 고심하고 있다. 정책을 잘 아는 분, 조정 업무를 해 본 분 등 비대위원장과 정책 대화가 될 분이 당내에 없을까 열심히 찾아보겠다."
-비상대책위원과 주요 당직 선임은 어떡할 것인지.
"비대위원 추천 명단은 어제 오후에 받았다. 당연직인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제외하고, 비대위에서 결정한 것을 원내에 전달하는 초·재선의원을 한두 분 정도는 더 모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머지는 시민사회의 일반 시민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연령대나 성별, 전문성에 있어 다양한 구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 당직 인선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당의 새로운 가치와 기치를 제대로 세우는 것이다. 일단은 제가 생각하고 있는 가치·이념을 가장 잘 아는 분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임명했으면 한다. 그래야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당 안팎으로 전파될 수 있다. 그래서 저하고 오랫동안 가치를 가지고 얘기해오셨던 분들을 중심으로 하겠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중앙당 축소를 혁신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앙당 해체는 제가 쉽게 얘기할 일은 아니고,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의원들과 토론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당에서 꾸준히 비대위나 혁신위가 출범했지만, 그동안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얘기하기는 힘들다. 나름대로 민주당 비대위 체제까지 분석하고 있다. 선거가 임박해 성공률이 높다던가 공천권이 있으니 성공했다는 언론 분석도 있다.
이번 비대위는 좀 다르다. 인적 청산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역사 방향에 따라 새 가치를 정립하자고 주장한다. 이것은 시간이 제법 걸린다. 전혀 다른 메커니즘에서 일해야 한다. 비대위원장이 당원과 얘기도 많이 해야 할 것이다. 다른 비대위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제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임하려 한다. 굳이 다른 분들에게는 비대위 분석 결과를 말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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