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저임금 인상에 속타는 농심 "농사 접을 판"

예천군 호명면 소재 한 양돈농가에서 일하는 네팔인 린부(33) 씨가 돈사일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윤영민 기자
예천군 호명면 소재 한 양돈농가에서 일하는 네팔인 린부(33) 씨가 돈사일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윤영민 기자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8천350원으로 결정되면서 경북 지역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농산물값에 비해 인건비 비중이 높고 저임금 노동력에 가장 많이 의존하는 농업 특성상 인건비가 올라도 인력을 쉽게 줄이지 못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력난으로 타 지역에 비해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고용하는 경북 지역 농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그동안 꾸준히 요구해온 외국인 근로자 임금 차등 적용 등이 반영되지 않아서다.

영양군에 따르면 지난해 월 145만원이면 가능했던 외국인 근로자 임금이 올해 169만원으로 늘었다. 내년에는 최저임금이 1천원가량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농가들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은 월 187만원가량이다. 숙박비를 제하고도 18만원이라는 비용을 올해보다 추가 지급해야 된다. 영양군 관계자는 "농가에 최저 임금이 적용되면 농가의 부담이 너무 크다"고 밝혔다.

장기로 근로자를 고용해 임금과 숙식까지 제공하는 축산 농가의 경우 임금인상으로 인한 고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예천에서 양돈농가를 운영하는 이상희 씨는 "현재 외국인 노동자 2명을 고용해 임금과 숙박을 제공하고 있지만 임금이 계속 인상된다면 더는 임금을 주고 일을 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임금을 아끼려면 노동자 고용을 줄이고 고령의 농장주들이 직접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건강에 무리가 오고 농장운영 자체를 그만둬야 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고 우려했다.

최저임금 인상앞에서는 농기계 자동화도 무력해 질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북 농촌에서는 최근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자동화 설비가 늘었지만 농촌 일은 여전히 사람 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대문이다. 농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력을 줄일 경우 농산물 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농촌 일은 때가 있기 때문에 사람을 쓰지 못할 경우 한철 농사를 송두리째 망치게 돼 품삯이 비싸도 울며 겨자먹기로 인력을 사야 하는 형편이다.

더구나 현재 농업 분야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97% 정도가 고용주에게 숙식을 현물로 제공받고 있다. 이 비용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법 개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농업만이라도 업종별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농축산인들은 "농축산업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에게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복리후생비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외국인 근로자 임금도 자국의 임금 수준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책정해야지, 국내 임금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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