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한산 석탄 국내 반입, 정부는 몰랐나 모른 체했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의해 거래가 전면 금지된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작년 10월 국내에 반입됐다는 소식은 매우 충격적이다. 북핵 문제의 가장 절실한 당사자로서 누구보다 철저히 안보리 결의를 지켜야 할 한국이 결의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보리 결의를 겉으로는 지키는 척하면서 북한에 ‘뒷문’을 열어주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대북 제재를 회피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정부는 문제의 석탄이 “북한산이라는 정보를 받았지만 지난해 10월에는 안보리 결의 위반에 가담한 선박을 억류하는 조항이 없었고 혐의도 명확하지 않았다”고 한다. 군색한 변명이다. 해당 선박에 대한 억류나 압수 조항이 없다고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다른 제재 수단을 적극적으로 찾아봤어야 한다. 북한산 석탄이란 정보를 받고도 증거 부족을 이유로 하역과 출항을 허용한 것은 더 어이없다. 그런 정보를 받았으면 마땅히 조사·확인했어야 한다. 정부의 대북 제재 의지가 부족하거나 다른 ‘의도’가 있다고 의심할 만하다.

문제의 두 선박이 작년 말부터 이달 초까지 모두 24차례나 한국에 들어왔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은 그 결정적 증거다. 이는 지난해 12월 22일 채택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97호의 명백한 위반이다. 해당 결의안은 선박 간 화물 바꿔치기를 뜻하는 환적(換積) 등 대북 제재 위반에 관여한 선박이 자국 항구에 입항했을 때 나포·검색·억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사실을 국민에게 꼭꼭 숨겨왔다. 지난 18일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 사실을 적시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보고서 수정본이 나온 뒤에야 사실을 인정했다. 이런 사실은 문재인 정부가 은폐하고 있는 대북 제재 위반이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 허용 말고도 더 있을 것이란 의구심을 떨칠 수 없게 한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현실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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