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댕친소] 노령견 짱구의 수난시대

이름 짱구. 견종은 토이푸들. 나이는 12세. 사람 나이로 치면 60살이 넘은 노령견이다.

짱구의 수난시대는 신영 씨 가족과의 첫 만남부터 시작됐다.

"이마트 병원 같은 곳에서 짱구를 데려왔는데, 입에서 냄새가 너무 나고 왼쪽 앞다리를 자꾸 들기에 보름 키우고 다시 갖다 줬어요." 짱구의 지독했던(?) 입냄새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병원에서 강아지를 작게 유지하기 위해 밥을 주지 않았던 것. 그래서 위장이 빈 냄새가 입 냄새로 계속 났던 것이다.

신영 씨 가족은 심사숙고 끝에 짱구를 가족으로 맞기로 했다. 짱구는 그렇게 17살 신영 씨 생일날 선물처럼 찾아왔다.

짱구의 수난시대는 이후로도 쭉 이어졌다.

아기 시절, 짱구에게는 엄청나게(?) 큰 사건이 일어났다. "2살 때 동생이 버리겠다고 둔 고추참치를 먹고 아토피에 걸려서 10년째 약을 먹고 있어요. 약을 하도 먹어 신장 결석도 두 번이나 와서 수술도 두 번 했어요"

아토피가 심한 짱구의 몸.

특히 마지막 수술을 잊을 수 없다는 신영 씨. "올해 3월이었어요. 병원에서 급하게 연락이 왔어요. 죽이거나 살리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신영 씨 가족은 거금을 들이더라도 수술하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짱구는 그 큰 수술을 용감하게 견뎌냈다.

10년째 약을 먹고, 수시로 병원을 방문하는 짱구는 주사를 웬만큼 맞더라도 절대 짖지 않는다. 병원을 싫어하는 여느 강아지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의사 선생님이 짱구만큼 얌전하고 착한 강아지는 없다고 늘 칭찬을 해요. 웃픈 사연입니다"

최근 짱구는 변비까지 겪고 있다. (짱구의 수난시대,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짱구의 주식은 '양배추'다.

잘 먹는 짱구가 참 대견하다.

그런 짱구가 가장 좋아하는 건 신영 씨.

짱구는 저렇게 앉아 신영 씨의 귀가만을 기다린다. "휴무 48시간 중에 47시간 30분은 허벅지 근처에 꼭 있어요. 짱구는 누나 껌딱지에요"

'누나 허벅지가 제일 좋아'

짱구라는 이름도 신영 씨의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짱구를 너무 좋아해 단순히 짱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신영 씨와 짱구. 잠옷 커플룩까지 맞췄다. 저 잠옷은 만화 속 짱구의 잠옷이다

그런 짱구가 '유일하게'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데.. 낯선 사람도, 의사 간호사도 아닌 신영 씨의 남동생이라고 한다. "동생이 남자애고 덩치가 크니까 어릴 때부터 짱구를 약 올리고 많이 괴롭혔어요. 그 탓인지 짱구는 동생만 보면 으르렁거리고, 무는 것도 동생만 물어요"

그렇다. 노령견 짱구의 이빨은 건재했다.

'그리운 내 청춘이여~ 내 이빨 돌리도~'

노령견 짱구는 최근 회춘을 위해 염색을 했다. "이젠 나이가 많아서 매일 잠만 자고, 잠자고 있을 때 우리가 집에 오면 못 듣기도 해요. 오줌 조준도 잘 못해 마음이 아파요"

비포 앤 에프터. 회춘에 성공한 짱구의 모습.

'달라고 하니 주겠는데, 손 달라고 좀 그만해라 이 젊은 것들아~'

얼마 전 신영씨는 동물병원을 방문했다가 노령견 관련 서적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개들에게는 지금 주인이 최고의 주인이고 가장 행복하게 살다 가는 거라고, 절대 나쁜 주인이 아니니까 슬퍼하지도 말고 자책도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야 강아지가 위에서 행복하게 살 거라고 했어요"

짱구가 언제 떠날지 모르니 이런 서적을 읽으며 마음 수련을 한다고한다 .

"짱구야. 너 덕분에 우리 가족들이 참 행복했고 즐거웠어.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또 얼마나 아플지는 모르겠지만 남은 시간 우리가 짱구를 행복하게 해줄게. 사랑해"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문의 전화 053 251 1764 / 메일 hyon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