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전 산행'명품 숲해설 "우리에게 맡겨봐"

가정주부 백기옥(왼쪽) 씨와 공직 퇴직 장병태 씨가 숲길등산지도사로 제2의 인생을 걷고 있다. 그들은
가정주부 백기옥(왼쪽) 씨와 공직 퇴직 장병태 씨가 숲길등산지도사로 제2의 인생을 걷고 있다. 그들은 "안전 산행과 명품 숲해설로 새로운 등산문화를 이끌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숲길을 걸으면 마음이 생쾌해진다. 온갖 수목과 야생화들이 반겨준다. 청량한 새 소리, 바람 소리도 우리의 영혼을 깨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산을 좋아하는 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등산인 1천500만 시대다. 인구 비율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하지만 대부분 산행객은 산행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지 않았다. 산림을 훼손하거나 안전사고가 빈발하는 이유다. 그래서 등산, 트레킹 등 안전 산행을 지도, 교육하는 숲길등산지도사가 주목받고 있다. 경산에 사는 가정주부 백기옥(51) 씨와 울릉도에서 공직생활을 마친 장병태(60) 씨는 숲길등산지도사로 제2의 인생을 걷고 있다. 안전 산행과 숲길 체험 프로그램 개발로 지역의 산을 알리는 그들의 삶을 들어봤다.

◆가파란 계단길 타이거 보행하세요
경산 백자산 입구에 어린이 25명, 학부모 25명, 선생 11명 등 61명이 등산복 차림으로 모였다. 평산초등학교가 '이야기가 있는 백자산 가족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다. 코스는 한씨 재실~체육공원 2시간 코스다. 가족여행은 시청에 근무하는 백기옥 숲길등산지도사가 맡아 진행했다. 지도사의 지시에 따라 10분간 몸풀기 체조와 주의 사항을 듣고 일제히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꽃들이에요?" 학생들이 길가 꽃을 물었다. "네, 까치수염, 큰금개국, 으아리꽃이에요" 지도사가 친절히 답했다. 가파른 계단길이 나오자 지도사는 두 발을 엇갈리게 걷는 '타이거 보행법'을 알려주었다. 무게 중심의 이동라인을 직선화시켜 힘이 덜 드는 보행법이다. 다음은 멋진 자태를 뽐내는 육지송이 나타났다. 지도사는 육지송은 가지가 6개 뻗은 소나무라고 설명했다. 지도사는 체육공원을 돌아 내려올 때는 스틱 잡는 법을 설명했다. 하산이 완료되자 숨쉬기 체조와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풀어주었다.

◆산 마니아 주부, 등산지도사로
"처음엔 건강을 다질 목적으로 산에 올랐어요. 무작정 걷고 경치 구경하고 돌아오는 산행이었지요. 그런데 산에 대한 스토리텔링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숲길등산지도사 자격증을 땄지요."
백 씨는 자식 2명을 둔 평범한 전업주부다. 하지만 전국 100대 명산 중 80곳 정도를 오른 산 마니아이기도 하다. 동네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 2008년 대구등산학교를 졸업한 뒤 전문 산꾼으로 변신했다. 산에 미쳐 일주일에 4, 5차례 산을 오를 정도였다. 팔공산만 100여 차례 올랐고 지리산, 설악산 등 전국 종주코스 산행도 거의 마쳤다. 그런 와중에 숲길등산지도사 자격제도를 알게 됐다. 그는 올해 4월 대구등산학교가 개설한 교육과정에 동참해 161시간의 이론, 실기 교육을 수료하고 당당히 자격증을 땄다. 여성으로 현장실습 30시간은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그는 17m 암벽타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경산 10대 명산 스토리텔링 활약
"경산에도 10대 명산이 있어요. 지역 산 이야기는 물론 동식물, 자연경관 등 아름다운 경산 알리기가 즐겁기만 해요."
그는 숲길등산지도사 자격증을 따고 지난 5월 경산시에 취업했다. 산행에 나설 땐 항상 배낭에 식물도감을 넣어 다닌다. 경산시는 백자산, 성암산, 용산, 대왕산, 동학산 등 10대 명산 명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취업 후 10대 명산을 발로 뛰며 현황파악을 마쳤다. 이정표, 역사, 식물분포, 정상석, 탐방로 상태, 코스별 시간 등 기초자료를 수집했다. 지금은 시경계 산행을 통해 탐방로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그는 팔공산 애찬론자다. 코스가 다양하고 유구한 역사가 많이 담겨 있다. 특히 둘레길 16코스는 전국 명품 숲길이다. 경산에 걸쳐 있는 13, 14코스도 아름답다. 백자산에 있는 자태가 고운 육지송이 서식하고 있다. 그는 육지송 보존 관리를 위해 경산시에 건의했다. 또 그는 경산 10대 명산 등산 프로그램도 개발해 산행객 유치에 앞장설 방침이다.

◆식물의 보고(寶庫) 울릉도 알리미 될터
"울릉도에는 성인봉을 비롯해 바닷가 둘레길, 옛길 등 탐방 코스가 매우 아름다워요. 안전한 등산과 관광명소를 알리는 데 여생을 보내겠습니다."
장병태 전 울릉군 농업기술센터 소장도 제2의 인생으로 숲길등산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정년퇴직 공로연수 중인 그는 35년간 울릉도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울릉도는 식물 600종이 서식하고 자생종만 250종이 넘는 식물의 보고다. 1급 멸종위기 식물도 3종(섬시호, 큰바늘꽃, 섬개야광나무)이나 된다. 그는 평생을 농업, 식물과 관련해 살아왔다. 누구보다 울릉도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울릉도 5대 산채(미역취, 부지갱이, 삼나물, 참고비, 명이나물)를 육성 보급하고 농업용 모노레일 기본 시설을 설치했다. 울릉도 화산섬 밭 농업을 국가 주요 농업유산으로 지정하는 업적도 남겼다. 그는 "울릉도는 산세가 험해 혼자 등산하다 실족하거나 길을 잃어 사망하는 사고가 빈발한다"며 "등산지도사로 관광객의 안전한 등산을 돕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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