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폐장유치 지원금 2천억원도 원전해체연구센터에 발 묶여

경북 원전지역 주요 국책 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부산, 울산 등과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원전해체연구소'가 방폐장유치지역지원사업비 활용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19일 경북도에 따르면 도와 경주시는 국제원자력안전연구단지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도가 300억원을 부담하고, 방폐장유치지역지원사업비 2천억원 가운데 900억원을 사용하는 방안에 대해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방폐장유치지역지원 실무위원회가 900억원에 대해 승인을 하지 않고 있는 것.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사업은 지난 2005년 경주시 방폐장 유치가 확정된 이후 시 요청 지원사업 118건 가운데 중앙부처와 협의를 거쳐 확정한 55건이다. 지난 2007년 확정돼 국비 2조8천172억원, 지방비 3천245억원, 기타 1천771억원 등 3조3천368억원의 사업비로 2035년까지 28년간 추진한다. 

55개 사업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 30개가 완료돼 2조454억원(61.3%)이 집행됐으며 25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원 사업 가운데 사업비 2천억원을 들여 추진하려고 했던 '에너지박물관'에 대해 도와 시, 중앙정부 모두 건립 후 활용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며 "도와 시는 이 비용을 국제원자력안전연구단지 부지 매입에 쓰기로 하고, 중앙정부와도 긍정적으로 협의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난해 고리 원전 1호기 폐쇄 결정을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권에 원전해체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도는 국제원자력안전연구단지 사업 내용으로 원전해체연구소를 포함시켰고, 정부가 부산, 울산 등 원전해체연구소 유치에 나선 타지역을 의식해 이를 빼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방폐장유치지역지원사업 계획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실무위원회를 거쳐야 하지만, 위원장이 국무총리이며 각 부처 관계자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사실상 정부 협조 없이는 변경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탈원전 이후 동남권 지자체 간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유치전의 대상이 된 원전해체연구소가 수천억원대 경주 방폐장 지원사업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애초 올해 7월 중 원전해체연구소 입지 선정 방식 등에 대한 용역을 완료해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경북도 등에 따르면 용역 결과 발표는 하반기 중으로 기약 없이 미뤄진 상태다. 

경북도 관계자는 "정부가 원자력안전연구단지 내에 원전해체연구소 계획을 빼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수용하면 경북도가 원해연 유치에 발을 빼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이라며 "정부는 원해연 입지 선정 과정을 차일피일 미루면 방폐장 지원 사업까지 늦어지는 만큼, 더는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북도는 지난 2012년 세운 동해안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진척이 없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클러스터 대신 안전과 연구에 중점을 둔 국제원자력안전연구단지 조성으로 방향을 틀었다. 

연구단지에는 원전해체연구소, 원자력안전연구센터, 방사선융합기술원, 원자력기술표준원, 국가지진방재센터, 방사능 방재교육원 등을 유치할 복안이다. 

경북도는 국내 원전 24기 가운데 12기를 운영하고 있고, 원전 설계와 건설, 운영, 폐기를 더해 예비부지와 인력양성 기관까지 모두 밀집한 경북이 원전해체연구소 최적 입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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