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구지가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거북아 거북아 龜何龜何(귀하귀하)

머리를 내놓아라 首其現也(수기현야)

내놓지 않는다면 若不現也(약불현야

구워서 먹겠노라 燔灼而喫也(번작이끽야)


우리나라에서 향가 이전의 고대가요로는 '공무도하가', '황조가', '구지가' 세 편이 한역되어 전해지고 있다. 이 중 앞에 제시한 '구지가'는 집단적 제의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이어서 다른 두 작품과 달리 해석이 명확하지 않고 그에 따라 여러 설들이 있다.

'구지가'의 해석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거북', '머리', '구워서 먹겠다'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해석은 가락국의 건국 설화 속에 삽입되어 있다는 점에서 '거북'을 토템으로 하는 사회에서 '우두머리'(수로왕)를 내려달라고 기원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해석은 토템인 동물에게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구워서 먹겠다고 위협한다는 문제가 있다. 정병욱 교수는 거북의 머리에서 연상되는 것을 통해 집단적인 성적 욕망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는데, 얼마 전 인천의 한 국어 교사가 '구지가' 수업을 하다 성희롱으로 징계를 받은 것은 바로 이 해석과 관련된 것이다.

'구지가'는 노래가 나온 맥락을 통해서 학생들이 다양하게 해석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교육의 현장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배경 설화를 보면 계욕일에 구지봉(거북이 엎드린 모양이라고 해서 그렇게 불림) 하늘에서 소리가 나서 구간들이 모인다. 하늘에서는 '구지가'를 부르면서 춤을 추면 대왕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것을 보면 거북은 구지봉의 정령이나 천상의 명을 대행하는 존재로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신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구워서 먹으리라고 위협할 수도 있는 가까운 존재로 볼 수 있다.

아이들이 놀이를 하면서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라고 할 때의 두꺼비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학생들이 문학 시간에 배워야 할 것은 학자들의 학설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런 식으로 스스로 근거를 찾아 해석을 하는 것이다.

아마 논란이 된 국어 교사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성적인 해석을 이야기했을 수도 있지만, '구지가'만이 아니라 '가락국기'의 내용을 학생들에게 충분히 제시하고,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해석하고 감상하는 활동을 했다면 불필요한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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